어째서인지 평소보다 더 이르게 잠에서 깨어 났습니다.
들쭉날쭉 찾아오는 잠과 각성 때문에 고단한 새벽입니다.
차라리 일어나는 게 낫다 싶어 읽다 만 책과 신문을 들여다 봅니다.
새벽에 맡는 종이신문과 책의 냄새는 고요한 정적과 어울려 커피 한 모금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득 커피 생각이 나 주방을 뒤졌지만,
커피가 다 떨어졌네요.
이 더위에 어스름한 시간에 커피 내리는 습관마저 잊어버리고 지냅니다.
커피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채우지도 않다니.
하루 전,
또 먼 길을 다녀오느라 나선 이른 새벽녘 기차역.
짙은 먹구름이 역설적으로 마음의 심도를 조금은 옅게 가지라고 말하는 듯하네요.
먹색 농도는 층층이 경계를 나누지만,
하늘은 그저 드넓게 구름을 껴안고 있습니다.
가로등은 작은 불빛 하나로도 어둠을 밝힐 수 있다는 듯 서 있습니다.
굳이 그리 애쓰지 않아도 저 멀리 동이 트는데도 말이죠.
애쓰며 아등바등 사는 게 뭘까, 하고 골똘히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급히 어디로 가야 하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다니.
일하는 게 어지간히 싫은가 봅니다.
날씨 탓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번잡하기 때문이겠죠.
어쩔 수 없죠.
한 번 더 하늘을 보고,
한 번 더 한숨을 쉬고,
발걸음을 터덜터덜 옮깁니다.
기차에서 책을 꺼내 듭니다.
책을 읽는지 보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잠이 밀려 옵니다.
바깥 풍경은 무심한 세상이고,
기차 안은 정적의 세상입니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은 기찻길을 따라 쭉 이어지고요.
아마도 생각하는 걸 멈춰야 할 듯하네요.
그저 흩어지는 초점을 따라 세상을 바라봐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보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볼 수도 있겠죠.
잿빛 휘장을 두른 하늘이 주는 적막과 고요도 느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