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꽃은 피우겠지요

by 글담



오늘도 카페지기가 없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일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오늘 커피는 내가 살게.”

테라스 아래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얼른 카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라,

한두 분이 아니네요.

급하게 주문을 처리하고 늦은 점심을 먹는데,

또 손님들이 들이닥칩니다.

마침 같이 있던 이도 자리를 비워 급하게 카페지기에게 전화를 합니다.

“망고스무디 레시피가?”

오늘따라 커피보다 에이드나 스무디가 주문이 쏟아집니다.

오늘따라 에어컨을 켜 놓아도 덥기만 합니다.


그 뒤에도 몇몇 손님이 더 왔는데,

자리를 비웠던 이가 돌아와 능숙하게 음료를 만듭니다.

저는 옆에서 커피를 내리고 휘핑 크림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면서 일손을 돕습니다.

한꺼번에 들이닥친 손님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이제 그들이 다 나가고 카페는 조용합니다.

졸음이 쏟아지네요.

모니터에 띄워 놓은 원고는 그저 검은 글자요 하얀 바탕일 뿐입니다.


졸음을 떨치려 오랜만에 폰이 아니라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바깥 테라스에 있는 손님에게 음료를 가져다주러 가다가,

새삼 눈에 들어온 피사체가 있었거든요.

한동안 손님이 뜸했던 카페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눈길이 갔었답니다.

너무나 삭막해 빈 공간의 황량함을 보여주는 듯 했거든요.

언젠가는 오늘 이 공간이 북적대며 활기찬 것처럼 이 녀석도 생의 기운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곧게 자란,

꽃이나 잎이 하나도 매달리지 않은,

삭막한 카페 분위기를 보여주던 정체 모를 피사체.

한때 생명의 잎을 달고 꽃망울을 터뜨렸을 텐데,

지금은 무언의 침묵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생명을 다한 것일까요?

물이나 영양제를 주고 나면 녹색의 옷으로 갈아 입을까요?

무심히 화분에 꽂힌 작대기처럼 보여도 삭아버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메마른 존재라고 해도 언젠가는 꽃을 피우겠지요.

섣불리 생명을 다했다고 고개를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고문이라 할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하는가 봅니다.

기댈 희망마저 없다면 이 삭막한 세상과 삶을 버티기가 어렵겠죠.

고문이라 해도 희망이 있으니 버틸 만하겠죠.

하지만 이런 고문마저,

그러니까 희망을 위해 버틸 만한 고문마저 아예 앗아가는 세상인 듯합니다.

그럴 아픔과 고문마저 느낄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세상인 듯해서요.


그래도 메마르고 삭막한 나무가 꽃이 피우길 기다립니다.

포기하지 않을 때,

굴복하지 않을 때,

희망은 떠나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