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는 나무에 연결된 전선에 매달린 램프를 눈물 방울이라 했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이라서 빛을 퍼뜨리지 못하는 램프는 커다란 눈물 방울처럼 보입니다.
카페 옥상 정원으로 나가니 마침 알전구의 불빛이 벽 따라 쭉 이어진 게,
마치 그 눈물 방울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한 전구의 불빛이 깜빡입니다.
눈물 머금은 눈을 껌뻑거리는 것처럼.
하늘거리는 바람은 뜨거운 옥상 정원을 식히기에는 부족한 듯합니다.
가느다란 실바람이 불어오고,
희미한 불빛은 자꾸만 기침을 해댑니다.
가까이서 보니 유독 그 전구가 기력을 다한 듯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 빛을 잃고 말겠죠.
눈물이 메말라 흔적만 남긴 것처럼.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30여 분이 걸리는 시간이니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 듭니다.
탄광 안의 장면을 묘사하는 대목을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같은 땅밑 터널을 지나는데,
누군가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기어서 갱도를 오갑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환한 불빛에 기대 탄광의 세계를 엿보는 기이함이란.
한줌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책을 읽을 만한 불빛. 아마도 지난 세기의 광부들은 이것만으로도 천국을 맛본다고 했겠죠.
지하철 밖 터널 벽에 불빛이 스치듯 흘러가는 게 깜빡거리는 전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깜빡깜빡.
덜컹덜컹.
빛이 소멸되도 인생은 흘러갑니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꺼내 든 것도 기이합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보지만,
이제는 책이나 신문이 아닙니다.
구시대의 유물을 집어 든 느낌이랄까요?
깜빡이는 전구의 불빛처럼 더는 이어가지 못할 구시대의 유물과 습관일까요?
책을 보는 나를 흘끔거리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그러고 보니 아무도 책은 꺼내 들지 않네요.
뭐, 상관없습니다.
이미 책 속의 탄광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어느덧 가고자 한 곳에 다다랐습니다.
책을 가방에 집어 넣고 밖으로 나와 미로를 헤매어 나갈 곳을 찾습니다.
하필이면 가장 복잡한 지하철역에 내렸으니 주위를 두리번거릴 여유도 없습니다.
시간도 재깍재깍 재촉합니다.
불빛이 깜빡깜빡 생을 재촉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