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을 밀어내는지,
어스름이 찾아오는지,
풍경만 보면 시간을 종잡을 수 없는 시간.
저녁과 새벽 노을은 같은 풍경이지만,
낮을 밀어내고 밤이 찾아오거나,
밤을 몰아내고 낮이 찾아오는 시간입니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이죠.
목이 뻐근하여 목덜미를 주무르다가 문득 하늘이 보고파 고개를 한껏 젖혀 바라봅니다.
그제야 맑은 하늘이,
이제야 붉은 노을이,
마침내 넓은 세상이,
눈과 마음은 뒤늦게 이 모든 것을 담습니다.
노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하루의 마감을 구분하려면,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이 시시각각 바뀌는 변화를 살펴보고,
하늘의 색깔이 어디서부터 바뀌는지 볼 줄 알아야겠죠.
발걸음을 멈춘 채 시간을 가늠합니다.
매일 볼 수 있어도 보지 못하는 노을 지는 시간.
경계의 시간이자 경계를 허무는 순간입니다.
경계를 오가는 것이야말로 다채로운 삶을 이해하는 것일진대 그러지 못하는 갇힌 삶.
나만의 울타리에 갇혀 경계를 구분짓는 선만 자꾸 긋습니다.
하늘을 볼 줄 모르고 땅에만 고개를 처박습니다.
그러니 낮이 다가오는지 밤이 찾아오는지 모른 채,
자신의 시간을 헛되이 흘려 보냅니다.
빛도 들어오지 못하고,
하늘을 볼 수 없는 독방에 갇혀 있는 죄수는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습니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전 오후의 구분 없는 시간만 가르쳐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때부터 사리판단과 분별은 오작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사실 하늘도 못 보고 바쁘게 산다는 것은 이미 오류가 발생한 몸과 마음의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 노을을 보며 경건하게 하루의 시작을,
저녁 노을을 보며 안도하는 하루의 마감을,
오늘도 노을과 함께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