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 붉은 화염이 뚫고 나오려 할 때

by 글담



이른 아침,

먼 길을 가려고 기차역에 도착하니 동이 트려 합니다.

구름 사이 붉은 화염이 뚫고 나오려 하고,

세상은 이내 생동감 있는 일상의 불꽃으로 타오르겠죠.


신기대 시인은 [유화]라는 시에서

“동녘 저편 여명이 비치기 전 하늘

붉은 페인트로 굵고 길게 그어져 있다”라고 동 트는 하늘을 묘사했습니다.

시인은 한 폭의 유화로 바라본 하늘에서

“저쪽 귀퉁이에 반짝이는 점 하나”를 찾습니다.

그의 말대로 ‘샛별’입니다.

내가 본 하늘의 굵고 길게 그어진 선은 타오르는 불꽃이었고,

귀퉁이에서는 우뚝 선 기둥을 찾았습니다.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그 기둥은 불꽃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굴뚝이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태양이 비치기 직전의 순간은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입니다.

어스름이 걷히기도 전에 일어나 세상이 깨어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밤새 어지러워진 세상을 빗질하는 소리,

복잡한 세상사 알려주려 신문을 여기저기 던지는 소리,

사람들의 건강과 공복을 챙기려 우유를 배달하는 소리 등등.

하늘이 불타오르기 전에도 이미 세상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루가 시작하는 소리 뒤로 태양이 떠오릅니다.

밤낮의 구분이 따로 있지 않고,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이지만,

동 트는 하루의 시작은 늘 설렙니다.

아무리 기분이 우울해도 붉게 타오르는 태양은 가슴을 뛰게 합니다.


한여름 태양을 마주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태양을 마주하려 합니다.

설렘과 시작을 알리는 태양의 기운을 느끼려고요.

마침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태양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태양과 햇살과 하늘과 구름을 보며 시를 떠올립니다.


이른 아침의 노을로 설레다가,

늦은 저녁의 노을로 차분해집니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노을과 함께하면,

왠지 모르게 시가 읽고 싶습니다.

오늘은 읽지 못하고 접어 놓은 시를,

내일은 이른 새벽 어둠이 걷히기 직전에 펼쳐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