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은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글을 의도한 만큼 마지막 장까지 쓸 수 있어야 합니다.

by 글담

글을 쓴답시고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니 주위에서 한마디씩 던집니다. “내 인생이나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면 책 한 권 뚝딱 나올 거야”라고 말이죠. 전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렇게 한 권이 뚝딱 나오는 기적을 저에게 보여주기를 말이죠.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분들은 2시간 정도 이야기하면 밑천이 다 떨어졌다고 두 손을 듭니다. 3시간이 넘어가면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무한반복으로 접어듭니다. 왜 이럴까요? 10년이 넘도록 글을 쓰면서 수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글감을 골라내는 작업을 숱하게 했었죠. 참 재미있는 게, 그 누구를 만나도 비슷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직업, 지위, 성별, 나이 상관없이 ‘3시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되나? 너무 많아서 다 실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저 살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저의 대답은 늘 한결 같습니다.

“두세 시간씩 인터뷰를 3회만 해보죠.”

“아니, 그걸로 되겠어요? 세 번만 하면 된다고?”

“네.”

인터뷰가 세 번째 되는 날, 드디어 무한반복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앞서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이죠. 글을 써보지 않아서 그렇다고요? 음, 이런 무한반복의 굴레를 비껴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왜 그럴 수 있었을까요?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글이든 말이든 내 생각을 전하려고 할 때, 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하면 무한반복에 빠지고, 밑천이 금방 드러나게 됩니다. 이 굴레를 벗어나는 분들은 미리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잘게 나누어 할지 생각해둡니다. 큰 주제를 두고 그 아래 작은 주제들을 배치하여 논리의 완결뿐만 아니라 이야깃거리도 풍성하게 갖추어두는 것이죠.


육십 평생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정작 인터뷰를 하면 할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합니다. 사실 왜 할 이야기가 없겠습니까? 희로애락의 인생사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럼에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당황합니다.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때는 당장 문장을 쓰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정리하는 메모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마치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혼자서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써봅니다. 그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가지 뻗기를 해봅니다. 떠오르는 일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한 가치나 키워드 등을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죠. 학창시절에 미친 듯이 공부를 했던 게 문득 떠오르면, 그 옆에 열정이나 몰입 등의 가치나 키워드를 쓸 수 있겠죠.

생각을 정리하고 가지 뻗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글감을 모읍니다. 관련된 일화와 가치나 키워드와 관련한 인용, 혹은 자신의 메시지 등을 쓰다 보면 어느덧 글을 쓸 수 있는 구성의 첫 걸음을 떼게 됩니다. 구성을 할 수 있는 사전준비를 어느 정도 한 셈이죠. 그런 후에 다시 목차를 만들 듯이 카테고리로 나누면 글 전체의 얼개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끝장 보는 글쓰기]의 목차는 이렇게 짜봤습니다. 먼저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흔히 저지르는 실수, 글쓰기의 기본 원리 등으로 나누어보고 각각에 맞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예를 들어 실수라 하면 SNS식의 표현을 많이 쓴다, 문장을 길게 쓴다, 구체적이지 못하다 등으로 뽑아서 꼭지로 분류합니다. 기본 원리라고 하면, 쓰기 전에 읽는다, 쉽고 구체적으로 쓴다,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일단 써라 등을 키워드로 삼아 목차를 만들어보는 것이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늘 이 생각을 합니다. 제가 작가 소리를 듣는 것을 보면, 그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쟁이로 살아온 13여 년의 인생살이를 돌아보니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운과 약간의 기본을 갖추면 말이죠.

운이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나마 기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이나마 있습니다. 그건 바로 끝장 보는 글쓰기를 위한 구성과 기획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화려한 문장의 기교는 글쓰기의 본질이 아닙니다. 껍데기만 그럴 듯한 글은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끝장 보는 글쓰기는 완결성을 갖춘 긴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 힘은 구성에 달려 있고, 글감을 모으고 배치하는 과정으로 키워집니다. 제가 구성과 기획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입니다. 구성과 기획을 하면, 글쓰기의 절반은 한 셈입니다. 자신이 짜놓은 설계안에 맞춰 집을 짓고 글을 채워 가면 되니까요.


● 짧은 글쓰기에 익숙한 요즘, 에세이 한 편을 쓸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 짧게 쓰는 에세이라도 A4 용지 두 페이지를 채우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 묘사 등을 자세하게 전달하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 구성의 힘을 갖춰야 길게 쓸 수 있습니다.

● 끝장 보는 글쓰기는 길게 쓰는 힘, 완결성을 갖추는 힘, 책 한 권을 쓰는 힘 등을 말합니다.

● 마지막 장까지 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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