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힐링을 합시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한 기관에서 ‘인문학과 힐링’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의뢰하더군요. 하…, 어렵습니다. 인문학과 힐링이라니요. 교육을 받는 분들에게는 자칫 그 시간이 힐링은커녕 지겨움과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인문학과 힐링이라는 주제가 선뜻 내키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인문을 알아가는 과정이 과연 힐링이 될지 의문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힐링이라는 희열을 느끼기에 앞서 겪어야 하는 고통의 ‘인문 공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인문 공부가 고통스럽다는 것은 단지 공부해야 할 학문이 너무나 넓고 깊다는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인문이 추구하는 바를 생각하면 그 과정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고전 철학과 문학, 미술과 음악 등의 예술, 역사 등에 대한 지식이 적다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너무나 힘듭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쓸 때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습니다. 결국 내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을 좀 더 알게 됩니다.
실제로 글쓰기 수업이나 모임 때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자주 합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엉켜있는 것을 쉽게 풀 수 없었는데, 글을 쓰다가 저절로 정리가 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말이죠.
인문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나’를 알고 ‘관계’를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게 인문입니다. 어려운 철학책을 펼쳐 놓고 역사를 공부하며 예술을 탐구하는 과정은 전부 ‘나’를 알기 위한 과정입니다. 내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쌓는 것이라면 수험 생활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마 가장 인문적이라 할 수 있을 테죠.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인간 중심, 사람 중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파괴적이고 절망적입니다. 단순히 지식만 쌓는 것으로는 인문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그 지식조차 정답 맞히기 식에 불과한 게 많아서 그리 기대할 게 못 됩니다만.
일상에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의외로 어렵나 봅니다. 하루 중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일기나 다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단 한 명이 손을 들더군요. 그만큼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이 일이 인문의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어떻게 인문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일기부터 쓰라고 합니다. 자신을 되돌아봐야 인문의 삶에서 얼마나 거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일기나 글쓰기만 한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혼자서 성찰하는 글쓰기는 지식의 정도를 따지지도 않습니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드러내는 것도 스스로에게만 그러할 뿐입니다.
글을 쓰면서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제껏 외면했던 상처와 오욕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힐링은커녕 고통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 고비를 넘겨야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마라톤에서 데드 포인트를 지나기 전과 후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죠. 데드 포인트를 지나야 먼 거리를 마저 달릴 수 있습니다. 남은 삶을 그 거리라고 생각했을 때, 지금쯤 데드 포인트를 겪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글쓰기를 통해서 말입니다.
● 글쓰기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 어떤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정리해보고 사람들과 공감을 하는 게 글쓰기입니다.
● 성찰의 글쓰기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기도 합니다.
● 번지르르한 말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포장된 글로 채우지 말았으면 합니다.
●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짜임새 있게 보여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