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딱 붙이고 쓰세요

글도 성실한 노동의 결과입니다

by 글담

글을 쓰는 일은 참 지루하고 외롭습니다. 혼자 골방에 앉아 써야 할 때는 이게 뭔 짓인가 싶습니다. 햇빛도 보지 못하는 일이 즐거울 리가 없죠. 단행본 한 권을 쓸 때는 몇 달을 이렇게 지내야 하니 미리 질릴 때도 있습니다.

처음 단행본 작업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호기심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집중을 했죠. 뭐든지 처음 할 때는 신나게 하는 법이죠. 어느덧 글 쓰는 게 직업이 되고, 다른 업을 하는 사람들처럼 일상이 됐습니다. 그러자 슬슬 엉덩이가 들썩들썩 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 나름 익숙해질 때면 하루 8시간을 온전히 일만 하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적당히 놀기도 하고, 일을 하다가도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저도 글만 쓰는 전업 작가로 살다 보니 호기심과 열정이 차츰 옅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슬슬 마감이 다가오는데도 원고는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뒤늦게 아는 순간, 그때부터는 저절로 집중이 됩니다. 마감이 글을 쓰게 해준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죠.

이런 생활을 계속 하는 것은 상당한 후유증을 낳았습니다. 우선 몸이 망가집니다. 빈둥빈둥 한량의 일상을 보내다가 갑자기 글쟁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입니다. 여유를 부리던 일상에서 밤을 새고 밥을 거르는 초조한 일상으로 바뀌는 양극단의 생활을 반복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하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 작가가 한마디 합니다.

“하루를 계획적으로 보내. 나는 하루 다섯 페이지 정도를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

아니, 어떻게 글이 ‘계획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판기에서 커피 뽑듯 그렇게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은 ‘계획적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동료 작가의 말에 코웃음을 치던 제가 어리석었던 겁니다. 우선 글을 쓰며 많은 사람들이 ‘감’을 이야기합니다. 감이 떨어져서 글을 못 쓰겠다고 하죠. 그 감이란 게 묘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었죠. 매일 조금씩 글을 써야 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슬럼프와 같은 침체기가 올 때도 있죠. 그때를 잘 넘길 수 있는 것도 매일 조금씩 글을 쓴 게 있어야 가능합니다.


글을 조금씩 매일 쓸 수 있는 힘은 이른바 ‘엉덩이의 힘’이라고 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엉덩이의 힘으로 한다는 말을 합니다. 영감이니 상상이니 하는 것도 엉덩이로부터 비롯됩니다. 머릿속에 반짝이는 아이디어조차 엉덩이의 힘이 부족하면 글로 구현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자리에 앉아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끈기 있게 글을 쓰려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필요할 테죠. 집중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글을 쓰기 전에 계획을 세우라고 합니다. 어떻게 쓸지, 또 어떤 글감을 모을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죠. 밥상을 차릴 준비가 되어 있으면 당장 요리할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요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요리를 하면 됩니다. 이때 집중을 하지 않으면 요리를 망치게 될 테니 아까워서라도 집중을 하게 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요리는 제시간에 해야 합니다. 그래야 태우거나 설익게 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죠. 글을 쓸 때도 가급적이면 마감을 정하고 목표치를 세우는 게 좋습니다. 억지로라도 말이죠. 억지로 쓰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요? 요리는 다시 손 볼 수 없을지 몰라도 글은 얼마든지 손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마구 쓰더라도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엉덩이의 힘은 구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떻게 써야 할지 자세하게 계획을 세워두면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를 계속 가지게 되죠. 적어도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써야겠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멍하니 있지는 않겠죠. 구성이 글 쓸 동력을 제공하고, 그 동력이 엉덩이의 힘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엉덩이의 힘을 기르는 것은 매일 글을 쓰는 습관으로 가능합니다. 스쿼트를 하면서 하체의 힘을 기르듯이 말이죠. 글쓰기도 운동인 셈이죠. 아, 실제로 운동은 도움이 됩니다. 체력이 달리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산책 등도 글쓰기에 의외로 좋은 영향을 줍니다. 글을 매일 조금씩 쓰고, 또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엉덩이의 힘을 길러줍니다.


●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에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엉덩이의 힘이라고 합니다.

● 글을 이어가는 감을 잃지 않고 목표 시한 내에 글을 마칠 수 있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엉덩이의 힘은 구성에 달려 있습니다.

● 글쓰기 시간을 고정으로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 원고를 들여다보는 끈기가 글의 완성도를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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