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드세요.”
오늘 한 여고에 글쓰기 수업을 하러 갔는데,
제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한 학생이 무심히 봉지를 건넵니다.
과자와 초콜릿, 타르트 등 제주의 이름을 달고 만든 간식거리입니다.
가뜩이나 당이 떨어지던 차에 수업 마친 후 카페로 와서 푸짐한 간식 파티를 열었습니다.
내가 본 바다와 그 아이들이 본 바다는 같으면서도 달랐을 테죠.
어둑해진 하늘과 컴컴한 물의 경계가 흐릿해질 무렵 바라본 바다.
점으로 이어진 불빛은 생업의 희망을 밝히는 어선의 등불입니다.
얼룩덜룩한 잿빛의 하늘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알 수 없는 희망을 찾으려는 마음이 앞섰나 봅니다.
수평선 위에 늘어뜨린 불빛을 따라 눈길도 움직입니다.
한낮의 더위는 어둠과 함께 식어 버렸고,
한밤의 바람은 불빛과 함께 살랑거립니다.
공간의 온도가 바뀌자,
마음의 온도마저 금세 달라지고 맙니다.
무너질 듯 허물어진 마음은 단단해지지는 않지만,
넉넉한 바다와 환한 등불로 평온해집니다.
머릿속이 헝클어지고,
마음속이 수런거리는.
바다는 그 모든 소란을 잠재우듯 적막의 바람과 파도만을 육지로 밀어 냅니다.
뭍으로 밀려온 바람과 파도에 번민을 실어 다시 바다로 내보냅니다.
기어이 마음을 정淨하게 만들겠다고 말이죠.
바다는 묻지도 않고 번뇌와 고민을 쓸어 담아 저 멀리 떠내려 보내고요.
뭍으로 돌아와 하늘에 떠 있는 푸른 바다를 봅니다.
그새 싸리눈 쌓이듯 마음에 가라앉은 상념을 띄워 보내려 합니다.
마침 바람도 산들 부는군요.
다시 원고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전화기가 슬슬 울리려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