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가을이니까요

by 글담



가을입니다.

한낮은 더워도 바람은 가을을 실어 곳곳에 나릅니다.

시끄러운 세상사는 변함없이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한숨 내쉬다가도 하늘을 봅니다.

불콰해진 얼굴로 일몰을 정면으로 대합니다.

가을이니까요.


저 먼 곳 누군가도 석양에 물든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겠죠.

똑같은 하늘과 일몰과 바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생각을 고이 접어 유리병에 담아 떠내려보내면 그 사람이 읽을까요?

바다는 생각을 밀어냈다가 주워 담습니다.

밀어내고 주워 담고, 또 밀어내고 주워 담으니 하염없이 파도를 바라봅니다.

밀어내도 다시 돌려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버리지 못하고 내 안에 고이 접어둡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정리해줄 수 없는 나의 생각이니까요.


일상은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쳇바퀴를 마구 돌립니다.

새삼 짬이 나는 틈새 시간마저 여유를 부리지 못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금세 초조해진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숨 돌리려 하니 전화와 메신저가 울립니다.

알림이 곧 삶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느긋한 마음과 재빠른 일처리라는 원칙도 숱한 알림 앞에서 무너지려 합니다.

마음속에서 빨간불이 깜빡거립니다.


울렁이는 마음을 잠재우고 또 가을을 봅니다.

진한 초록의 시간이 지나 연한 갈색이 물드는 시간을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내 마음도 차츰 갈색의 여운으로 가득 차려 합니다.

뭐 가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