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는 두 글자가 없어도

by 글담

카페가 썰렁할 줄 알고 들어갔는데,

벽마다 장미 그림이 걸려 있고,

테이블마다 소국이 놓여 있습니다.

바깥은 쌀쌀한데,

한 줌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공간은 따사로운 가을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는갑지?”

카페에 오기 전 통화를 할때,

무심히 던진 카페지기의 말에 괜스레 뜨끔합니다.

한동안 이곳저곳 다니느라 찾지 못한 터라 격조했나 봅니다.

그새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는 등 바빴을 텐데,

도와주지 못한 미안함이 살짝 들긴 합니다.

뭐, 나도 바빴으니 어쩔 수 없었고요.

각자의 시간은 이리도 흘러가고 돌아갑니다.

누군가의 시간은 멈춰버렸지만.


바깥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카페 안은 진한 국화 향으로 채워졌고요.

가을이라는 두 글자가 없어도

가을로 채워지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국화 향과 갈색의 풍경이 시간을 채우는 동안,

슬픔과 그리움으로 시간을 채우는 이들의 절절함은 어떨까요.

오늘도 수더분한 수다로 새로운 인연을 맺지만,

오늘도 침묵, 혹은 오열로 오래된 인연을 떠나 보내는 아픔은 어찌 헤아릴까요.

누군가의 행복 앞에서는 기존의 모든 관념이 무너져 내리듯이,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도 기존의 모든 관념이 무너져 내립니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공기는 싸늘합니다.

늦은 오후로 넘어가는 해는 뉘엿뉘엿 기울기까지 더딘 비행을 하는 듯합니다.

그만큼 할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겠죠.

잠시나마 바깥에 나가 한숨을 돌리려는데,

자꾸만 국화 향이 손짓을 하는 바람에 자리에 눌러 앉습니다.

이곳이 가을이니 굳이 나갈 필요 없다고 말을 건네듯 진한 내음을 풍깁니다.

가만 앉아 국화의 손짓에 눈을 감고 향을 음미합니다.

시간은 무정하게 흐릅니다.

잠이 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