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심장을 두드리고, 길은 의미를 알려주고

by 글담

“투두둑”

가을이 머리를 두드립니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잔뜩 움츠리고 걷는데 뭔가 머리 위로 떨어집니다.

바짝 말라버린 나뭇잎을 나무는 바람에 떠맡겨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가을이 심장을 두드립니다.


국화 향 가득한 카페 안에 들어오니 이곳에서도 가을이 기다립니다.

남달리 진한 향기 때문일까.

가을 기운 가득한 바람 때문일까.

볕이 좋은 날,

한가로이 졸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머리는 예민하게 각성되어 있습니다.

원고를 펼쳐 놓고 쉽사리 졸지 못하는 중입니다.


같은 국화라 해도 색의 짙고 옅은 다름에 향조차 다를까 싶어 맡아 봅니다.

색이 진한 만큼 향도 진한지,

색이 옅은 만큼 향도 옅은지.

쓸모없는 꽃을 보며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 정신이 팔렸다가 머리를 흔듭니다.

손을 쭉 뻗어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원고의 이음새를 만져봅니다.

그러다가 너무 이완된 몸에 머리와 마음마저 슬쩍 풀어집니다.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창밖을 바라봅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터라 밖으로 선뜻 나서기가 싫지만,

햇살은 따사로워 길 아닌 길을 걷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어떤 작가는 길과 도로를 구분합니다.

도로는 그저 점과 점을 연결해주는 것일 뿐이고,

길은 공간에 대한 경의라고 합니다.

길 한 토막마다 하나의 의미가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죠.

그러고 보니 구불구불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네요.

한 점에서 또 다른 점으로 이동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의미를 읽는 순간.

그게 길을 걷는 이유일 테죠.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길이 아닌 곳에 길이 나 있을 때가 있죠.

골목길과 산책로의 길 아닌 길에서 발길의 흔적을 찾고,

무수히 지나간 발자국에서 짙은 삶의 여운과 의미를 헤아려 봅니다.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졸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