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외따로 떨어져 있지 말라고 자꾸만 재촉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바람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붙으라고 이리 밀고 저리 밀며 말이죠.
바람이 불어 추운 게 아니라,
외로워 추운 것임을 새삼 깨닫는 한파의 한가운데에서 말을 그리워합니다.
바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달라붙어 추위를 녹여줄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멀리서 보는 겨울바다는 말이 없어도 따뜻합니다.
온기가 그리워 말을 기다렸는데,
말이 없어도 따뜻한 바다는 그렇게 넉넉하게 외로움을 안아줍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겨울만 되면 바다를 찾았습니다.
한여름의 번잡함이 싫어 가지 않던 바다를.
바다는 바람이 부는지 알 수 없는 저 먼 곳에서 고요와 평온의 선을 그어 놓았습니다.
수평선은 넘실대지 않고,
바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바람은 순식간에 존재를 상실하였고,
마음은 평안을 얻었습니다.
그때 그 겨울바다에서 그 아이는 말했습니다.
“날 좋아하지 마. 그럼 너도 같이 불행해져.”
삼류 신파극의 대사가 바람에 흩날립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어야 했던 그 아이의 아픔과 방황을 모르지 않았으니,
그 말은 가슴 깊이 파고듭니다.
바람은 바다가 아니라 마음에서 휘몰아쳤습니다.
날 좋아한다면서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헤아리기에는 너무나 어린 마음에.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행동도 이유는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누군가가 하는 말과 행동을 곱씹어보려 합니다.
그래야지만 마음이 헛된 분노와 값싼 동정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쉽게 듣고 보고 혼자만의 결론을 내립니다.
그날의 바람은 바다를 닮지 않고,
그날의 바람은 마음을 닮아버려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