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잿빛 구름이 온종일 하늘을 덮고 있으니 기분도 착 가라앉는 하루입니다.
얼마 전 후배들과 여행을 갔던 그곳도 그랬더랬죠.
그렇지만 똑같은 하루, 똑같은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맑은 하늘은 아닌데,
사람들은 맑았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연을 날리고,
연인, 친구, 부부는 읍성의 트인 공간을 거닐며 휴일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내려 앉는 연과 떠오르는 연.
둘 다 사진을 찍고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늘로 비상하는 연을 고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떨어질 듯 하늘을 나는 연을 고르더군요.
힘차게 떠오르는 연보다 오르내리는 연이 더 인생처럼 보였기 때문일까요?
사진을 본 이들은 살짝 내려 앉은 연이 추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듯합니다.
저렇게 위태하게 보여도 분명 하늘을 비행하는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겠죠.
인생에서 추락이라고 여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든 걸 체념했다고 여기는 절망의 순간.
그래도 생의 의지를 거두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순간 떨어진다고 해도 유유히 날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추락이라기보다 몸짓을 잠깐 멈추는 것이겠죠.
잠시 날갯짓을 멈추고 바람에 몸을 맡겼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