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내려앉은 슬픔

by 글담

눈이 좀처럼 오지 않는 동네.

눈이 모처럼 쏟아졌습니다.

함박눈이 내려 주위를 하얗게 덮을 때,

여린 나뭇잎 위에는 눈이 살포시 내려 앉았습니다.

혹여라도 꺾일까 봐 살짝 내려 앉아 추운 바람마저 막아줍니다.


한송이 눈을 볼 수 있으려나 싶어 가까이 다가갑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내려 앉은 눈이 흩어질까 봐 조심스레 다가섭니다.

가까이서 본 눈송이는 고요합니다.

왠지 슬픔이 내려앉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가까이 다가섰다가 한발짝 뒤로 물러섭니다.


아무래도 슬픔을 욱여넣은 채 살아야 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욱여넣는다는 말이 참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연말에 달뜬 분위기가 거리에 조금씩 퍼지고,

삼삼오오 모여 웃고 이야기를 나눌 때,

슬픔을 욱여넣어야 하는 이들이 있어 괜스레 조심스러워집니다.


오늘은 카페 공연이 있는 날.

카메라를 들고 공간 구석구석을 담아 봅니다.

카메라가 공간을 담아도 공연을 담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흥겨운 분위기보다 조용한 공연이 될 듯하네요.

추워서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을 듯해서요.

그래도 공연은 조용하게 천천히 열기를 띠겠죠.

사람들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 공연의 밤은 깊어가겠죠.

오늘 이 시간을 함께하는 이들은 그윽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을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