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갈색이 되어 메마른 냄새를 풍기면서

by 글담

“얼굴이 퉁퉁 부어서 뭘 써도....”

안경을 바꿨는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게 어디 퉁퉁 부은 얼굴 탓일까요.

원래 생겨먹은 게 그 모양이니 그런 게죠.

뚱한 표정을 지으니 더 가관입니다.

어쩔 수 없죠.

들인 돈이 있으니 계속 쓰고 다녀야죠.


새로 산 안경을 쓰고 나선 바깥.

찬 바람이 구멍 난 마음을 휑하니 지나갑니다.

몸은 잔뜩 움츠러듭니다.

추워서 몸이 오그라드는 걸까요.

그저 마음이 가을바람에 흔들려 몸이 주체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또 가을 타령한다고 타박을 줄지 모르지만,

가을보다 더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건,

햇살일 수도.


햇살 한 조각이 떨어졌습니다.

무색무취의 햇살이 갈색이 되어 메마른 냄새를 풍기면서요.

새벽에 일어나 시를 보지 못하고 그저 읽기만 했습니다.

의미를 헤아린 것도 아니고,

시상을 들여다 본 것도 아닌,

그저 읽기만 했습니다.

마치 햇살 한 조각 떨어진 것을 보고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었던 것처럼.


무심코 펼쳐 든 신문에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습니다.

시를 보려 했던 마음은 어느덧 세상을 읽으려는 마음으로 바뀝니다.

도대체 이 세상은 어디로 향해 가는지.

공존보다 공멸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것은 아닌지.

이럴 때일수록 시를 보려 합니다.

햇살 한 조각 떨어진 것을 보려 합니다.

도피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속 연민을 떠올리고,

연민이 연대로 이어지도록 읊어보려는 것이죠.

마음이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리저리 따지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세상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숫자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