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공간, 혼자일 수 없는 세상

by 글담

햇살이 부서져 쏟아지는 날,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나뭇잎은 초록이 바래져 무채색에 가깝습니다.

카페 앞 도로를 가로막은 나무 덕분에 지나가는 차와 소음도 가려집니다.

카페 구석에 앉아 무채색의 숲을 떠올립니다.

마치 숲속에 있는 듯 무심한 풍경에 마음은 한없이 지루합니다.


“아련한 눈빛으로 날 보는데…”

“그게 아니라…”

사실 아련한 눈빛은 졸린 눈빛이었죠.

졸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아련하다고 느끼는 착각도 나름 괜찮네요.

한순간 설레는 마음으로 지루한 마음을 흔들었으니까요.

실없는 소리에 웃음조차 나지 않아 그저 바깥만 바라봅니다.

무채색과 무심함으로 저물어가는 가을 한낮을.


아직은 생명을 다하지 않았다는 듯,

아직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지 않았다는 듯,

바깥을 가리고 눈앞을 꽉 채우는 나뭇잎을 보면서 단절된 세상을 떠올립니다.

혼자 있는 공간이라 하지만,

혼자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단절이라 하지만,

어디선가 내미는 손길이 있습니다.

나를 도우는 손길,

내가 도와야 하는 손길.


무채색의 나뭇잎에 굳이 색칠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니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농도가 달라 나뭇잎 하나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똑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똑같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그러니 한순간에 본 세상만을 전부라 생각하면 오만이겠죠.

저토록 제각각인 나뭇잎처럼 사람들도 개별적일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바람이 살랑거리네요.

나뭇잎은 춤을 추고요.

살짝 들썩이는 책장을,

아니 마음을 누릅니다.

슬쩍 잠이 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