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더 공간이 예쁘겠다.”
“아니에요. 낮에 더 예뻐요.”
단골 카페 주인장이 공간을 살짝 바꿨습니다.
조명도 새로 달고 가구도 일부나마 새것으로 바꾸었네요.
사진을 찍으면서 밤에 더 예쁠 것이라 한마디 했더니 아니라고 합니다.
아마도 주인장은 낮의 햇살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나 봅니다.
동네 작은 골목 카페는 조용한 저녁의 풍경과 어울릴 때가 많죠.
사실 이 카페는 이슥한 밤의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어스름이 내려앉기도 전에 문을 닫으니까요.
그나마 겨울에는 마감 시간 즈음이 되면 햇살이 물러가긴 하지만.
햇살을 담은 공간에 잠시 머물며 주인장과 수다를 떱니다.
주인장은 공간과 커피와 조명을 바꾸면서 자신의 시간도 바꾸고 싶었을까요.
늘 똑같은 공간에서 변함없는 일상에 지쳤을지도 모르죠.
마침 커피 머신이 고장 났고,
조명은 세월이 흐른 만큼 침침해졌고,
공간의 가구도 하나둘 망가졌습니다.
그만큼 주인장의 마음도 조금씩 허물어졌고요.
뭔가를 바꾸는 것은 내 마음을 다잡는 것이기도 하죠.
새삼 청소를 한다거나,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간다거나,
느닷없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지 쌓인 책을 펼칩니다.
아무래도 시공간을 채우는 행동을 바꾸는 게 마음을 다잡는 데 좋은가 봅니다.
글을 쓸 때는 어떨까요?
공간도 바꿔보고 시간도 옮겨보고 일상의 행위도 변주를 합니다.
그런데도 글감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죠.
그건 아마 관찰과 성찰에서 이어지는 사유가 안 되기 때문이겠죠.
좀 더 세밀하게 보고 상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탓하거나,
바뀐 것에 대한 설렘으로만 가득하니 글감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갇혀 있어도 글감을 찾을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생각해보니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책을 보거나 밖을 내다보거나 혹은 산책을 하거나.
결국 게으른 탓에 사유도 멈추고 마는 게 아닐까요.
카페 주인장은 몸과 마음을 움직여 시간과 공간을 바꾸며 다시 자신을 채웁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