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예쁘고 곱네. 얼른 찍어라. 찍어서 빨리 올려라. 약 좀 오르라고.”
카페에 할머니들이 우루루 와서 음료를 이것저것 주문합니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는데 울긋불긋 색깔이 예쁩니다.
한 할머니는 아마도 그 모임에 오지 못한 사람들이 못내 아쉬운가 봅니다.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있어 보이는 음료를 보더니 얼른 찍으랍니다.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라면서 굳이 한마디 보탭니다.
약 좀 오르라고.
나도 약 올릴 사람이 없나 하고 머리를 굴립니다.
여러 얼굴이 스칩니다.
그 얼굴을 또렷이 떠올리니 약 올릴 마음이 슬그머니 사그라집니다.
약 올리기는커녕 서로 말없이 잔을 맞대야 할지 몰라서요.
할머니들이 부럽네요.
약 올릴 수 있는 장난기가 있고,
약 오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까요.
바람이 아직 온기를 담지 못하던 초봄 어느 날.
LP를 틀어주는 카페를 일찍부터 찾아갔습니다.
문도 열기 전이라서 주인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벽에 뭔가 붙어 있습니다.
어느 산문집의 한 대목을 요리조리 조각 내어 붙여 놓았네요.
산문의 제목이 <뼈가 자라는 여름>입니다.
성장의 고통을 뜻하는 것일까요?
꿈에 다가서려고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겪는 아픔일까요.
혹은 그 사람에게 다가서고 물러서면서 겪어야 하는 상처일까요.
뭐가 됐든 그 고통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이런 사람에게 문득 예쁜 꽃 사진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위로가 될까요?
약 올리는 게 될까요?
눅진한 삶이 묻어나는 약 올리는 관계가 되려면 신뢰의 시간이 필요하겠죠.
때로 어설픈 농담이나 위로를 건넸다가 괜한 오해를 쌓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않았는데,
그저 방금 만나 몇 마디 나눈 게 전부인데,
마치 그 정도면 너를 안다는 식의 오만으로 바라보는 시선.
말을 아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말보다 시선을,
시선보다 귀를,
내가 그대에게 열어야 할 것은 입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알고도 미처 하지 못하는 것.
마음부터 열고 듣는 것부터 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