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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Apr 30. 2024

라일락의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오늘은 돼지국밥이야. 맛있겠지?”

“아니오. 엽떡 사서 먹을 건데요.”

이런, 밥상에 돼지국밥을 준비했는데 머뭇거리지도 않고 아이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밥도 10인분만 했다가 부랴부랴 10인분을 더했는데 낭패입니다.

이러다가 밥도 국도 남으면 어쩌나 싶어 끙끙 앓습니다.


“저는 먹을래요.”

오, 그렇죠. 웬 여학생 무리들이 오더니 돼지국밥 먹는 방법을 떠들며 줄을 섭니다.

먹을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부추까지 넣어 먹어야 맛있다는 둥,

새우젓과 다대기를 달라는 둥 먹방을 한번 보려주려나 봅니다.

곧이어 남학생들은 밥을 가득 퍼 달라며 햇살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이밉니다.

할머니들도 오셔서 연신 맛있다며 잡수십니다.

걱정은 금세 사라지고 오늘의 밥상이 성공한 것을 자축합니다.


잠시 밖으로 나가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쉬는데,

식당 안에서 수다를 떨며 밥 먹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고 있습니다.

밥을 먹어주니,

편하게 수다를 떨어주니,

고맙다는 말을 굳이 해주니,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함께하는 삶이란 참 어렵고도 쉽습니다.

고단한 나의 삶이 주는 고립,

잠시 시간을 내어 그저 함께 앉아 속닥거리는 연대.

이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라일락 같은 아이들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는 라일락의 의미처럼 말이죠.

근처 담벼락 옆에 소박하게 핀 라일락.

재잘거리며 밥을 먹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소 거칠고 힘에 겨워도 이 아이들은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 테죠.

그러니 잠시 걱정은 접어 둡니다.

괜한 걱정입니다.

밝은 아이들의 얼굴을 맞대면서 어두운 얼굴로 대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죠.

라일락의 아이들이 짓는 함박웃음이 그저 아름다울 따름입니다.

이제 내 배를 채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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