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로 음악을 듣는 것도 불편함이라는 기회비용을 치르며 얻는 행복인 듯합니다.
일일이 앨범 자켓에서 판을 꺼내고,
바늘을 올려 놓고,
볼륨도 조절하는 등 LP로 음악을 듣는 것도 좀 불편합니다.
게다가 바늘이 튀거나 마치 먼지 섞인 소리를 듣는 듯한 사운드.
그게 듣는 맛이라며 불편함을 감수하니 인생이 행복해지는 듯합니다.
아, 사실 직접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LP 카페에 갔다가 든 생각입니다.
“생활이 편리해지면 인생이 불편해지듯
살아온 만큼 불행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정해종 시인의 <당연한 일>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어째 앞 구절보다 뒤에 나오는 구절에 시선이,
아니 마음이 꽂힙니다.
위로인지 씁쓸한 진실을 말하는 건지 모를 시인의 말에 잠시 시집을 덮습니다.
요즘 부쩍 많이 걸어다닙니다.
노트북과 책, 공책 등을 넣은 가방이 삶의 등짐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소심한 터라 밖에서 뭐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이것저것 넣으니 더 무겁습니다.
삶의 부스러기를 버리지 못하는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불편하게 사는데 인생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인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개를 여러 번 주억거립니다.
삶의 불편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워서요.
진정 불편과 불행을 이야기하기에는 평탄한 삶입니다.
간간이 송곳이 마음을 찌르는 듯한 아픔만이 있을 뿐.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얼마 전 찾아갔던 LP 카페에 가려다가 발길을 돌려 단골 카페로 갑니다.
LP는 없지만 비 오는 날에는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주인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일하다가 잠시 쉬면서 혼자 음악을 듣습니다.
비록 LP는 아니지만 나만 즐기는 음악감상실이라 여깁니다.
비를 맞으며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온 불편함이 준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글을 쓰려면 아무래도 불편해야 합니다.
차를 타는 대신 걸어다니고,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려 하고,
여러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실이 묻어나는 글을 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아직 그런 글을 쓰지 못하나 봅니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지 못하는 게으름 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