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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이런 날 자전거 가져왔어야지요.”
단골 카페에 갔더니 주인장이 타박합니다.
장마철 동네카페는 가뜩이나 장사 안 되는 마당에 정적이 감돕니다.
비 오는 날은 원래 손님이 없거든요.
이제 내가 장사를 하지 않아도 이 정도 장사 상식은 알 때가 됐지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요.
동네 카페 돌아다닌 지 벌써 몇 해가 됐으니 서당개 수준은 가볍게 넘어야죠.
주인장은 심심할 때 자전거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눈치 없이 그냥 왔다고 타박하는 게죠.
뭐, 그래도 주인장이 밉지는 않습니다.
진상 손님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있을 나를 단골이라 대해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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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가 멈추고 햇살이 드문드문 땅에 쏟아집니다.
장미는 그새 눈물을 멈추고 머금은 채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굽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이겠지요.
아직 흘려야 할 눈물이 남았을 테죠.
이제 곧 자신의 계절이 다해가니 스러짐의 슬픔을 예감했을 텐데,
옆의 장미는 이미 말라비틀어져 머금을 눈물마저 없습니다.
비마저 구슬프게 내리다 말다 합니다.
• 참 징글징글하게도 비가 내립니다.
폭우가 쏟아졌다가 어느덧 가늘어진 빗줄기에 이제 끝이려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허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일기예보의 두터운 구름과 흐림이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죠.
뭐 그렇다고 비를 홀딱 맞지는 않았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를 피해 뽀송뽀송한 공간으로 일찌감치 피해 있었으니까요.
바깥의 후텁한 공기와 카페 안의 상쾌한 공기를 오가며 정신줄을 놓은 게 문제이지만.
그런데도 책을 펴고 원고를 읽습니다.
집중과 몰입의 이야기가 한참 나오는데 전혀 집중과 몰입을 하지 못하면서요.
이렇게 한여름 장마의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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