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간은 물크러지게 흘러갔습니다.
어떤 시인은 물크러진 시간은 잼으로 만들면 된다고 했죠.
약한 불에서 오래오래 기억을 졸이면 얼마든 달콤해질 수 있다고요.
짧게 곁에 머물다가 갔지만,
길게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달콤한 잼으로.
겨울밤의 풍경은 명징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마음을 뚫고 지나가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총총 빛나기만 합니다.
언덕 아래 풍경은 고요합니다.
어수선한 사람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채,
그저 불빛과 하늘과 구름과 별로 채워졌습니다.
언덕에 올랐다가 잠시 발을 멈추고는 뭔가를 하려 합니다.
마침 교회가 옆에 있고,
정면에는 성당의 불빛이 보입니다.
기도와 명상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 서성입니다.
어쨌든 침잠의 시간은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밤이 환합니다.
곳곳에 밝힌 불빛 덕분이겠죠.
도심의 불빛이 환하면 원래 별이 안 보이는데,
오늘 따라 저 별은 고고하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불빛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려는 사람들이 북적여도 상관없는 이가 있습니다.
자신의 고유함과 존재를 은은하게 드러내는.
이런 이는 아마도 침잠의 시간을 통해 성찰에 집중하지 않을까요.
어두운 밤에 잠겨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겨울이 좋습니다.
추워도 좋습니다.
춥기 때문에 몸을 움츠리다가,
문득 내가 감싸고 있는 마음을 어루만지고 들여다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길을 걷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