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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할 때 대화는 시작됩니다

by 글담

날씨가 풀렸다고 방심했다가 뒤통수를 맞습니다.

겨울의 달에 방심한 제가 잘못이죠.

어느새 바람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짙은 어둠은 겨울밤의 삭막함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골목길에서 불빛을 찾습니다.


밖에서 바라본 카페 안은 아늑합니다.

사람의 기척은 보이지 않아도,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은 왠지 착시를 갖게 합니다.

사람 없는 대화의 난무.

추워서 그런지 그리운 온기의 대화가 그리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대화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 철학자는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그 어떤 관계에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언합니다.

“인간은 결국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고독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라고 합니다.

이 철학자의 말을 수긍하면서도 어째 찜찜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철학자는 이어서 말합니다.

아마도 저 같은 무지렁이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해의 정정’뿐이다”라고요.

“‘실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거듭해 가는 것뿐이다.”라면서요.

이해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공간을 만들라고 합니다.

대화는 그제야 시작되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나를 이해시키려고 공간을 찾지 않습니다.

서로 달라서,

또 다른 그 모습을 인정하는 공간을 찾습니다.

겨울밤,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카페도 어울리겠네요.

바람이 몹시 차가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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