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오늘 좀 오래 있어도 되나요?”
커피와 쿠키를 주문하고 사장님 눈치를 슬쩍 봅니다.
“네, 상관없어요. 마칠 때까지 있어도 돼요.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아, 왠지 더 눈치가 보입니다.
그래도 단골이라는 뻔뻔한 이유로 카페 한구석에 몸을 감춥니다.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멍합니다.
뭐 하나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고,
자꾸만 안갯속을 헤매듯 갈팡질팡합니다.
그런데도 해야만 하는 일이 많으니 마음은 초조하고요.
그저 하루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러다가 바보가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바보’라는 단어에 꽂히니,
어느 작가가 말한 게 생각이 나네요.
그는 “바보는 능력이 없는 자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욕구가 멈추어버린 자들’ ‘의지가 꺾인 자들’이라고 합니다.
“의지가 꺾인 곳에서는 지능은 발휘되지 않는다”라고도 합니다.
그 작가의 말을 좀 더 옮겨보겠습니다.
“불평등의 현실을 본래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때,
또 현실 사회에서 우월한 자들이 실제로 자신보다 우월한 자들이라고 생각해버릴 때,
우리는 정말 ‘바보’가 되고 만다.
그러니까 바보는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라,
현실적 차별을 그대로 인정하고 심리적으로 수긍하기 위해 자기 능력을 부인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이 작가가 말하는 바보와 내가 지금 바보같이 여기는 부분은 맥락이 다르죠.
그래도 그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가 말하는 의지와 욕구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저항을 뜻합니다.
그가 말하는 바보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내가 바보처럼 느낀다는 게 참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안경을 내려놓고 모니터와 책을 덮습니다.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바보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면서요.
아, 이건 쉬는 게 아닌가요.
잠시나마 사색을 즐기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