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카페를 찾은 것은 아닌데,
카페 안은 한가롭습니다.
누군가 앉았을, 또 앉아야 할 정렬된 빈 의자.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곳에 들렀을 사람들.
그 사람들만큼이나 의자들도 조금씩 달라 보입니다.
세상의 존재들은 사실 서로를 비교할 수 없죠.
각각의 독특함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함.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한 고유함.
각각의 고유함을 알 때 비로소 존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가끔 나는 존재를, 상대방을 얼마나 인정하는지 곱씹습니다.
각각의 고유함을 이해하지 못할 때,
한 철학자의 말처럼 ‘약점’이나 ‘곤경’을 아무런 ‘악의’ 없이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고유한 존재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니 약점을 찾고 곤경을 왜곡합니다.
덜 여문 티를 팍팍 내면서.
동네 카페만을 찾아다니는 이유가 있습니다.
소박한 고유함을 느끼고 싶어서요.
저마다 다른 카페 분위기,
각각의 색깔을 드러내는 주인장.
작은 의미로 다가오는 존재감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죠.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은 아직 쌀쌀합니다.
카페 주인장은 움츠러든 나를 보고 따뜻하게 공간을 데웁니다.
바깥 날씨는 따뜻해도 안은 추운 그런 날씨를 헤아리는 것이죠.
매뉴얼이 아닌 감성으로 사람을 대하는 곳.
동네 카페를 찾는 이유죠.
각각의 고유함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소소한 기쁨을 맛봅니다.
각자의 존재감을 알게 됐을 때,
악의가 없는 인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관계는 만들어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