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습니다.
바람은 불고요.
봄의 기운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산불 때문에 어수선합니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이,
맑은 봄은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하는군요.
바람이 구름 한 점 남기지 않고 몰아낸 봄 하늘.
잠깐 고개를 들어 보니,
꽃나무 가지가 구름 한 점 걸어 놓고 있습니다.
어디 가지 말라고,
나랑 같이 있자고.
사람 사는 곳 그 어디라도 다 똑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어디에도 있다면서요.
그러다 어디라도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짙을 수밖에 없죠.
또 다른 희로애락을 맛보겠지만,
그 감정을 함께할 수 없을 테니까.
사는 게 다 똑같다고 하지만,
저마다 사연이 있고,
똑같더라도 느끼는 강도는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함께하는 것이죠.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말이 달라 천천히 이야기하지만,
말이 달라서 느긋이 이해합니다.
어디라도 갈까 봐 나뭇가지가 되어 인연의 고리를 걸어봅니다.
타국에 와서 외로워하지 말라고.
‘동행’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닿는 관계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