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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덕분에 찬찬히 둘러봅니다

by 글담

누구라도 앉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선뜻 의자를 빼서 앉기가 쑥스럽지만,

조용히 앉아 책을 꺼내거나 노트에 뭔가를 쓰고 싶네요.

침잠의 시간이 필요할 때,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할 때.


동네 책방에 주문한 책을 찾으러 갔습니다.

버스를 탈까, 하고 고민하며 걷는 새 어느덧 도착했네요.

정성스레 포장한 책을 들고나오니 비가 오네요.

잠시 책방 초록 소파에 앉아 기다립니다.

이 비 덕분에 책방을 찬찬히 다시 둘러보고요.


책방에 올 때마다 내가 찾는 책은 없습니다.

매번 책을 주문하는데,

어째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생각하고 고민하며 갖다 놓았을 책일 텐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나의 짧은 안목 때문에.


그래도 책방이 있어 좋습니다.

책방의 안온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어서요.

책을 고르는 재미도 있고요.

비록 집어 들지는 못해도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갈 때마다 바뀌는 책들을 보며 넓은 세계를 그려 봅니다.


아, 한 번은 서가에 꽂힌 책을 샀네요.

마침 읽으려고 찜해둔 책이 있었습니다.

책도 반가웠지만,

바로 살 수 있어 미안함도 덜었고요.

동네 책방에서 별의별 고민을 하는 소소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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