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눈에 들어온 능소화

by 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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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꽃 이름은 잘 몰랐습니다.

글쟁이라면 시인의 말마따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꽃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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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구체성은 중요합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자세히 그 존재를 살피고 존재를 알고 또 묘사한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꽃과 이름을 새겨 들으려 합니다.

능소화도 부끄럽지만 올해 들어서야 눈에 들어왔고 이름을 부르게 됐습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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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능소화를 바라보며 뭔가 생각하려다가 관둡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처럼 “느낀다는 것은 산만하다는 것”밖에 되지 않아서요.

가끔은 뭔가를 느끼기보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궁극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느낄 때가 있죠.

땅에 떨어진 능소화는 아주 멀리 떨어진 포르투갈의 옛 시인 페소아와 마주하게 합니다.

그는 돌멩이는 돌멩이일 뿐이라 했죠.

능소화는 능소화일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죠.

느낌으로 산만하지 않게 그저 보고 떠오르는 것.

순간 더위는 사라집니다.
좀 더 걸어갈까…

아, 잠시 더위 먹어 착각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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