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날 만한 가치가 있구나.”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이라는 시집에 나오는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라는 시의 구절입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더욱 이 구절이 와 닿습니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가는 걸 듣는 것뿐만 아니라
얼굴을
팔뚝을
다리를
시원하게 어루만지는 걸 느낍니다.
바람은 볼 수 없으니 듣고 느끼는 걸로 태어날 만한 가치를 떠올립니다.
고개 들어 보니 살짝 그늘지도록 천으로 가려진 하늘이 보입니다.
저 넓은 하늘을 어찌 가릴 수 있을까요.
쪼가리만 한 그늘에 들어 앉아 잠시 숨이라도 고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그늘 아래는 그나마 견딜 만합니다.
문득 이런 그늘 같은 존재가 있는지 물어봅니다.
물론 부모님이나 가족이 떠오를 겁니다.
또 오랜 벗이 생각나기도 하겠죠.
그런데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그늘 같은 이가 생각납니다.
어찌 지내고 있을까요?
아마도 또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뙤약볕을 막아주지는 않을까요.
난 또 누군가의 그늘이었을까요.
땡볕을 막아주는 그늘은커녕 성장의 자양분이 될 햇볕을 가로막는 그늘은 아니었는지 뜨끔합니다.
괜히 혼자서 살짝 화끈거리는 얼굴을 흔들고는 그늘에서 벗어납니다.
아직은 한 줄기 산들바람 부는 그늘 아래보다 에어컨 찬 바람이 나오는 카페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