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밝아도 불빛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by 글담



한 단골 카페가 휴가를 끝내고 문을 열었습니다.

“오, 어디 갔다 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가긴 어딜 가겠어요. 집에만 있었죠.”
“자전거도 안 타고?”

“안 탔어요.”

아무튼 무안하게 만드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카페 주인장입니다.

아니, 당연한 이야기를 괜히 꺼낸 눈치없는 내가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일주일 가까이 문 닫은 카페가 다시 문을 여니 단골들이 하나둘 들어섭니다.

다시 문을 연 카페 덕분에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도 나눕니다.


한동안 들르지 못했던 카페에는 작은 나무가 심어진 화분이 실내 창가에 놓여 있습니다.

“어, 많이 자랐네요.”
“그러게요. 다들 죽을 거라고 했는데.”

나무도 귀가 있나 봅니다.

죽을 거라는 말에 오기가 생겨 끈질기게 생을 이어갔을까요.

딱히 주인장이 해준 건 없어 보였거든요.

어쨌든 혼자서 무럭무럭 자란 나무가 괜스레 눈물겨웠습니다.

생이란 이토록 질긴 의지를 담아 존재를 드러내도록 합니다.


오후가 되자 자리를 옮겼습니다.

하늘이 보이는 또 다른 단골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깥 하늘과 구름이 환하게 보이는데 불을 밝혀 놓았습니다.

어둡지도 않은데 불을 밝혀 놓은 이 부조화가 낯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책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죠.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잔인한 과정이 독서입니다.

환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둡고 침울한 세상에 사는 것을 새삼 깨닫는 게 인생입니다.

아무리 밝아도 불빛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