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색을 바꿉니다.
다소 찬 비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니
선홍색 꽃이 자줏빛으로,
자줏빛이 연한 보라색으로 색이 바래집니다.
색이 바래진다는 걸 그저 탈색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바래진 색 자체가 갖는 고유성이 돋보이니까요.
또 다른 색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바래진 색은 바래진 대로 아름답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추억은 바래진 시간과 색으로 가슴을 두드립니다.
비가 옵니다.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내립니다.
이런 날은 하던 일도 멈추고 비 오는 풍경을 구경해야 하는데,
다들 코 박고 뭔가를 해야만 하죠.
그렇다고 한 번쯤 고개 들어 밖으로 보라는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들 너무나 열심이니.
혼자 그저 게으른 베짱이가 되어 하던 일 저만치 미룹니다.
그래봤자 또다시 일에 파묻히겠지만.
“비 오는 날 노래 선곡이 좋은데요?”
“아, 제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봤어요.”
손님 드문 카페에 매니저와 노래를 들으며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글 쓰는 게 싫은가 봅니다.
책은 아예 꺼내 놓지도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혼이 나야 또 정신 차리겠지요.
뭐 어쩌겠어요.
비 오는 수요일에 장미 한 송이 떠올려보겠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