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아서 글을 못 썼다고 하면 좋을 텐데

by 글담



글 모임을 하다 보면,

종종 글을 써 오지 못했다늘 말을 듣습니다.

그 이유는 대체로 바빠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등등이죠.

각자의 이유가 있겠죠.

그러나 모두가 압니다.

쓸 수 있는 시간에 쓰지 않았고,

쓸 수 있는 공간을 찾지 않았다는 것을.

당장 나부터 그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글을 쓰다 문득 바깥을 바라보니,

아직 저물지 않은 하늘에는 먹구름이 장막처럼 드리워 있고,

전구는 알알이 불을 밝혀 별이 되었습니다.

아, 또 글을 쓰지 않을 구실이 생겼네요.

잿빛 하늘과 노란 불빛은 한순간에 누군가를, 혹은 그때를 떠올리게 했거든요.


가끔 글을 써오지 못하는 이유로,

“하늘이 너무 맑아서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글을 미처 쓰지 못했더라도 글감은 가슴에 안았을 테니까요.

글은 쓰지 않았더라도 바라보고 생각하는 글쓰기의 몸풀기는 했을 테니까요.

바쁘지 않을 때가 없겠죠.

글이 풀리지 않아 끙끙 앓기도 할 테죠.

그래도 맑은 하늘에 정신이 팔렸다는 게 더 글쟁이에게 어울리지 않을까요.


지금 바깥 풍경을 보며 이런저런 구상을 해봅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디자인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지우개 삼아 쓰고 지웁니다.

그런데 연락이 오네요.

원고 빨리 쓰라고요.

이쯤에서 글쓰기를 잠시 멈추게 한 구실은 슬며시 뒤로 물려둡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