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온세상을 뒤덮을 때,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홀로 된 새 한 마리가 활짝 날깨를 펴고 있습니다.
비가 오더라도,
바람이 불더라도
제 갈 길은 가겠다며 바람을 거슬러 날아가는 걸까요?
맞바람이 부니 새는 쉽사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쉬이 땅으로 내려 앉지 않습니다.
사실 마땅히 내려 앉을 곳도 없던 터라 그저 계속 날 뿐입니다.
어디쯤 쉴 곳이 있을지 두리번거렸지만,
넓은 곳 그 어디에 날개를 접을 만한 데가 보이지 않습니다.
날아야지,
날아야겠지.
그저 혼자 중얼거리며 새를 쳐다만 봅니다.
하늘에 떠 있는지 날고 있는지 모를 새를.
나는 날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떠 있는 걸까? 문득 스스로 물음을 던집니다.
쉼 없이 달려왔다고는 하지만,
멈춤이 없었기에 제자리에 머문 건 아닌지 의아했습니다.
마치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서 레드퀸과 함께 달리는 기분이 든 건 왜일까요?
그렇다고 더 빨리 달리려는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네요.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먼저 새로운 땅에 깃발을 꽂겠다는 욕망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머문 곳이 어디인지,
왜 머물고 있는지 그 또한 나름의 맥락이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지쳤다고,
쉬어야 한다고,
스스로 토닥거리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애써 위로할 마음도 없고요.
책 한 권, 시 한 편으로 버틸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저 바람일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