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풍경으로 어리둥절한 새벽녘,
바람은 겨울을 몰고 왔습니다.
잔뜩 움츠린 어깨와 줄어든 목덜미를 애써 펴며 바람을 마주 합니다.
춥습니다.
혹시나 했던 날씨의 변덕을 실제로 대하니,
마치 신의 농락에 속수무책으로 놀아나는 듯합니다.
어쩌겠어요.
인간이란 저 혼자서는 가장 연약한 존재일 뿐인데.
계절의 속도는 통제할 수 없으니 그저 적응해야 합니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몸을 말고 손을 연신 비벼댑니다.
그런데 한 친구는 덥다고 반팔에 문을 이쪽저쪽 열어 젖힙니다.
그런다고 해서 그 친구의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닐 테죠.
각자가 계절을 받아들이는 반응의 속도는 이렇듯 다른가 봅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앞을 가로막는 성가신 돌을 두고 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가지만,
다른 동물, 특히 사람은 폴짝 뛰어넘어 지나칩니다.
걷거나 뛰거나.
각자의 속도는 다르지요.
속도의 다름을
열등과 우등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상식과 몰상식으로,
몰아붙이고 외따로 떼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갈 길이 제각각이듯 가는 속도도 제 나름이겠죠.
세월은 나의 속도를 늦추나 봅니다.
갈수록 더뎌지는 속도는 조바심을 자아냅니다.
아니면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겠죠.
흔들리는 억새와 흐트러지는 구름 떼 때문에 시선이 흔들리고 마음은 일렁입니다.
심호흡을 할 때가 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