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말입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먼 길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길.
덩그러니 바라보는 달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갈 사람들이 많을 시간인지라 기차역은 조용합니다.
붐비는 사람들에 비해 플랫폼은 고요합니다.
고즈넉한 기차역에 취해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다가 달에게 편지를 받은 셈입니다.
“마굴 같은 방 커튼 틈으로 기어들어와 내 베개 밑에 정사각형 그림자를 만들었던 것”
다자이 오사무는 이 그림자를 편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포를 말했지만,
나는 온기를 느낍니다.
온종일 추위를 타서인지 몰라도.
똑같이 달로부터 편지를 받으면서 느끼는 감상은 다릅니다.
사람 마음이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은 빨리 기차가 들어서길 기다립니다.
연신 고개를 기차가 들어올 방향으로 돌리곤 하면서 시계를 쳐다 봅니다.
괜히 시계를 보는 게 멋쩍어 다시 달이 보낸 편지를 꺼내 듭니다.
달로부터 받은 편지는 그저 오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입니다.
맑은 가을밤,
짧게 적힌 편지 한 구절에 잠시 피곤함을 내려 놓습니다.
원고나 일에 대한 생각도 접고,
기차에서 들을 음악을 고릅니다.
앞으로 두어 시간은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입니다.
기차에 탔더니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이내 잠이 들어 고개를 떨구네요.
부럽습니다.
밤을 새고 떠난 길인데다가 하루 종일 돌아다닌 탓에 녹초가 됐는데,
잠은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잠을 자든 음악을 듣든 영화를 보든 잠시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쪽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잠시라도 봤네요.
그제야 달에게 답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답장이란 나의 글을 쓰는 것이겠죠.
글쟁이가 달을 보고 할 수 있는 말을 찾는 것이겠죠.
달은
편지를 보내 놓고
숙제까지 안겨다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