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랫동안 카페에 있으면 싫어하더라.”
“너무 오래 있는다 싶으면 메뉴를 더 시켜요.”
어머님은 카페에서 글 쓰는 게 괜히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니냐고 합니다.
아들이 진상 손님이란 걸 눈치채셨나 봅니다.
어쨌거나 오늘도 카페에 앉아 깜빡대는 커서를 바라봅니다.
땅거미가 지고 희미한 별은 조금씩 자기 존재를 드러냅니다.
달이 어디 있나 찾다가 도심의 온갖 건물에 가린 하늘에 고개를 떨굽니다.
애써 찾으려 해도 이리저리 가려진 하늘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몇 해 전 방안에서 달을 찾았다며 호들갑 떨던 게 떠올랐습니다.
캄캄한 방안에 켜진 등불은 캄캄한 하늘에서 보지 못했던 달이었습니다.
낮게 그리고 짙게 깔린 구름을 보고 달 구경은 하지 못할 거라 여겼죠.
그런데 이렇게 방 한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봅니다.
등불은 빛을 비추기보다 어쩐지 가두어 놓은 듯합니다.
빛을 가둔 것이 말 못 할 사연을 숨기는 것인 양,
아니면 왠지 달이 고개를 떨구는 것처럼 보입니다.
달이 고개를 떨구다니.
여행의 강행군으로 노곤한 몸과 마음은 슬슬 꿈틀거립니다.
어느새 수줍어 하는 달과 대화를 나누려고 펄떡거립니다.
시를 쓰고 싶었던 걸까요?
글을 써내려 가고 싶었던 걸까요.
후배는 벌써 달과 요란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입니다.
코 고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마도 전생에 마적이었던 게 분명하지 않을까 싶네요.
광활한 벌판에서 한밤 중 달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말 타고 달렸겠죠.
나는 어느 골목길 안에서 창문 틈 사이 살짝 고개를 내밉니다.
둥근 달 기대했다가 조각 난 달을 보면서 아쉬워하지만,
하루의 마감을 감사해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