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이, 운다

by 글담




오랜만에 글쓰기 수업을 하러 바깥 나들이에 나선 날이었습니다.

하늘은 맑은 가을인데,

바람은 자꾸만 울음을 담아 몸을 감쌉니다.

수업을 하러 가기 전에 아주 잠깐 골목길을 둘러 봅니다.

가을 햇볕은 골목 안에도 잠시 들어섰다가 이내 물러나려 합니다.


해가 저물고 찾아간 카페의 루프탑에도 가을은 벌써 지나가려 합니다.

차가운 바람만이 감도는 루프탑으로 나서서 별과 달을 찾다가 작은 화분 앞에 멈춥니다.

작은 잎은 며칠 새 색을 바꾸고 다가올 겨울을 맞이합니다.

작은 잎은 바람이,

자꾸만 우는 바람이 외로워 보였는지 함께 몸짓을 나누네요.


해가 일찍 모습을 감추고,

또 늦게 드러내는 가운데 새삼 게으른 몸뚱어리와 마음을 느끼곤 합니다.

이불 속은 지상의 낙원인 게죠.

얼굴은 퉁퉁 붓고,

마음은 야위어 갑니다.

시집을 꺼내 들어 정신을 차려 봅니다.


시인은 모든 것이 제때라고 말합니다.

“해가 그렇고, 달이 그렇고

방금 지나간 바람이,

지금 온 사랑이 그렇다”라고.

시를 읽고 창문을 여니,

바람이, 우는군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