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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을로

by 글담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의 몸놀림도 재빠릅니다.

한시라도 빨리 아늑한 공간을 찾아 들어가려는지 발걸음 총총 재촉합니다.

가을이 코스모스 활짝 웃는 가을날을 지날 무렵,

마음이 무거워지려는 찰나마저 허락하지 않는 구름의 향연.

하늘은 무심히 청명한 미소를 짓습니다.


바삐 움직이는 게 은근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가다가 멈춥니다.

우뚝 선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제자리에 맴도는 나의 시간을 곰곰이 되짚어 봅니다.

괜한 질투와 자괴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뭐가 그리 불만족스러운 시간이었을까요?

“심심하구나.”

혼자 중얼거리고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금 가는 곳마저도 딱히 가야 할 이유가 없으니 잉여의 삶을 사는 듯합니다.

게으른 베짱이나 글쟁이나.


원고 마감과 기획 때문에 짓눌린 마음이 좀처럼 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시렁거리기에는 참 맑은 날이네요.

얼마 전 뚝방길 아래 낙동강을 끼고 걸어가다가 본 코스모스가 생각납니다.

나도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가벼이 흔들대면 좋겠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을이 가을로”

그리고

바람이 바람으로

햇살이 햇살로

나를 돌아가는 11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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