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가을 하늘을 원없이 보겠노라고 틈만 나면 고개를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 노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짓습니다.
그렇게 평온한 일상이라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세상은 얼마든지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데도 말이죠.
착각이라도 좋습니다.
한때나마 평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없다면,
정말 이 세상 살아갈 용기도 희망도 의지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심심해서 나선 짧은 산책길,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나무와 하늘을 번갈아 보며 발걸음을 늦춥니다.
공원 곳곳에 가을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리저리 흐트러진 가을처럼 발걸음도 여기저기 꾸불꾸불 이어갑니다.
햇살이 맑습니다.
하늘이 따뜻합니다.
길 가다 문득 고개를 떨구어 봅니다.
떨어진 가을 한 조각,
무심히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땅 위에 놓여 있습니다.
한 걸음 힘겹게 내딛는 할머니의 발걸음에도 뭉개지지 않을 가을.
바람이 가을을 실어 할머니의 걸음마저 가볍게 해주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