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산책에 나섰습니다.
햇살이 고와서요.
바람도 맑게 차가웠고요.
가을 하늘이 시려 먼 하늘만 바라봅니다.
글이 풀리지 않을 때나 원고가 보기 싫어질 때,
혹은 책조차 읽히지 않을 때는 몸을 잔뜩 웅크렸습니다.
방에서 뒹굴거렸다는 것이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산책에 나섰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뿌려지는 햇살에 얼굴을 씻고,
은은한 꽃향기에 마음을 닦아냈습니다.
바람에 먼곳 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 실어 보내고,
노니는 아이들 마스크에 가린 재잘거림에 미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홀로 핀 노란 장미를 보았습니다.
단 한 그루의 장미나무가 서 있는 그곳은 외진 곳이었습니다.
단 한 그루의 단 한 송이 장미.
홀로 피어 있는 노란, 아니 샛노란 장미가 눈부십니다.
외로워도 눈부실 수 있습니다.
외진 곳이라도 눈부실 수 있습니다.
어디라도 언제라도 내 인생을 꽃 피울 수 있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나는?
노란, 샛노란 장미가 던진 질문에 우물거리며 자리를 뜹니다.
후배가 자꾸 재촉하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눈부신 인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미안하지는 않을 인생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