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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창문이 된 나뭇잎을 보니

by 글담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니 맑은 가을 하늘 한 번 더 봅니다.

햇살이 투명한 걸까요,

아니면 나뭇잎이 투명해지는 걸까요.

햇살이 나뭇잎의 속을 고스란히 들춰냅니다.

가을은,

가을 하늘은 나뭇잎으로 비치고,

가을 햇살은 꽁꽁 묶어 잠근 마음의 문도 통과해버립니다.


공원으로 나가봅니다.

한동안 찾지 않았던 길로 걸음을 옯깁니다.

적요한 시간이니 만큼

한결 주위를 둘러보는 마음도 편안합니다.

원고를 채울 단어와 문장이 떠올라도 잠시 밀어냅니다.

지금껏 시달렸으니까요.

어차피 이어지지 않는 잡문이 떠올라 지우는 게 낫습니다.


가만히

고요하게

적요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참 소중한 순간이자 느낌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요.

어차피 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테니 마음껏 즐기렵니다.

또 한 번 하늘의 창문이 되어버린 나뭇잎을 봅니다.

배가 슬슬 고픈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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