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가 이렇게 억수같이 오니 손님이…”
“오늘 혼자 전세 낸 거에요.”
단골 동네 카페 사장에게 궂긴 날씨 때문에 손님 걱정을 했더니 저리 능청을 떱니다.
그이의 유쾌한 능청 덕분일까요?
하나둘 삼삼오오 우산을 접으며 손님들이 들어오더니 금세 카페를 채웁니다.
능청이 ‘구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어, 작가님이 ‘구라’라고 하니 귀에 쏙쏙 들어와요.”
빈 카페가 채워지니 기분 좋은 바람에 사장이 ‘구라쳤다’라고 하니,
어느 단골손님이 콕 찌릅니다.
아… 나는 아나운서가 아니랍니다.
굳이 우리말 고운 말 쓰기에 철저할 필요가…
그러나 글쓰기 강연을 할 때마다 어휘가 어쩌니저쩌니 했던 게 떠오릅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집니다.
아침에 비 오기 전 봤던 장미꽃봉오리는 온전할지 모르겠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활짝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이는 게 아닐지.
그러나 그토록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추위에도 5월의 꽃 장미는 여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니 그 아이도 꿋꿋하게 버티고 버텨 활짝 핀 장미의 자태를 보여주겠죠.
괜한 걱정, 쓸데없는 오지랖이길 바랍니다.
꽃이나 사람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