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고 붉은 거리,
가을은 끄트머리로 흘러갑니다.
산책길 사람들은 일찌감치 겨울을 맞이하는 차림인데,
얼굴은 빨갛게 열기를 뿜어냅니다.
공원길은 어느새 낙엽으로 뒤덮여 길의 경계를 지우고,
드문드문 떨어지던 은행잎이 갑자기 우수수,
노란비가 흩날립니다.
가을의 밀도를 이토록 진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나 싶네요.
도심의 밤하늘에서 별을 볼 수 없으니 자꾸만 지상으로 눈길이 갑니다.
사람은 춥다고 움츠리는데,
꽃은 아직 괜찮다고 활짝 얼굴을 폅니다.
나뭇잎은 아직 생의 기운을 잇고 싶은가 봅니다.
마른 갈색을 띠면서도 나뭇가지에 붙어 있습니다.
바람이 더 불면 떨어지려나요.
비가 더 내리면 땅으로 흘러내릴까요.
긴 의자에 앉은 백발의 할아버지는 무언가를 응시합니다.
떨어지는 낙엽일까요,
피어나는 꽃일까요.
조용히 한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닿는 곳에 지나간 세월이 있으려나요.
운동삼아 나온 산책길,
잠깐 멈추고 가을을 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