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추운 날씨에 기어이 코트를 꺼내 입었습니다.
11월이 아직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코트라니.
그렇지만 괜한 자존심을 부리며 버텼던 게 아닌가 싶네요.
겨울옷을 입으니 따뜻합니다.
오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나누니 마음도 따뜻해지네요.
카페의 옥상 정원에 있는 전구가 불을 밝힙니다.
거미도 따뜻한 온기와 빛이 간절했는지 전구에 거처를 짓습니다.
거미줄을 걷으려다 관둡니다.
잠시라도 추위를 피하려는 마음이야 같을 테니까.
따뜻하고 빛이 있는 곳에 거미줄이 쳐진 것을 보니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네요.
호사다마,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등등.
빛이 있는 인생이라도 낡은 시절을 관통할 때가 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걸어가는 중이죠.
한 걸음 뗄 때마다 엄습하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니까.
그러나 이겨낸다기보다 흘려보내거나 같이 흘러가는 게 아닐까요.
그러다가 조금씩 빛을 다시 밝히는 것이겠죠.
이리 추운데 담요로 몸을 꽁꽁 싸맨 한 손님이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함께 온 강아지는 엄마의 품 안에 안겨 온기를 서로 나눕니다.
빛과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성큼 곁에 다가왔습니다.
춥다고 웅크리기보다는 찬바람의 상쾌함으로 고개를 들어 봅니다.
하늘은 천막으로,
별은 전구로 늦가을의 밤을 대신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