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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Nov 19. 2022

141_ 노후에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4가지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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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짜리 상가가 있는 아주머니는 남편이 은퇴 후 우울증을 잠깐 앓았다고 했다. 경제적 여유도 있고, 대인 관계도 좋고, 악기 연주라는 취미생활도 있던 분이 대체 왜…?  소식이 내겐 꽤 충격이었다. (다행히 손주를 돌보기 시작하시면서 우울증이 사라지셨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은퇴를 하면서 우울증이 왔던 거 같다고 하셨다. 근데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은퇴, 일이 없으면 우울증 생긴다며 사람은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많다.


예전에 나는 돈만 많으면 일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일이 끊기면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시달리는 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건강을 잃고 나서 알았다. 당시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저 몸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거뿐이었다. 부모님 덕분에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찌 보면 생활고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는 책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근데 그 기간이 한두 달이 아닌 1~2년 이어지자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독립적으로 살지 못하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도 않으니 살아야 할 이유가 점점 희미해졌다. 그리고 우울감은 짙어졌다. 이때 알았다. 사는데 적당한 일은 필요하다는 걸.


일뿐만이 아니다.

이 외에도 부모님의 일상을 보면서 노후에 중요한 게 더 있었다. 돈만큼이나 중요한 거, 그건 바로 아래 4가지다.



● 노후에 돈만큼 중요한 4가지


- 건강

- 일

- 좋은 대인 관계

- 취미생활



정말이지 너무 특별할 거 하나 없는 것들이다.

근데 여느 책, 강의 등에서 노후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며 꼭 꼭 언급하는 내용이다. 그때마다 나는 “뻔한 얘기 또 하네~”하고 무시했었다. 20~30대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라 시시하게만 느껴졌다.  


예전에는 돈만 많으면 일 안 해도 되고~ 취미생활 없어도 쓸 곳은 많으니 괜찮고~ 사람이야 언제든 새로 사귀면 되고~ 건강은 내가 병에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주어진 것이니 크게 중요한지 몰랐다. 은연중에 ‘돈만 많으면 무슨 문제가 생겨도 다 해결될 텐데 저런 다 무시하고 일단 돈이나 많이 벌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활동과 대인 관계가 적어지면서 생각과 행동이 점점 더뎌지시는 게 눈에 띄게 보이는 부모님과 주변에 60대에 들어서는 분들을 보며 이것들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어느 정도 두루두루 갖추는 게 인생의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건강은 두 번 말하면 입 아프지만, 100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건강을 잃으면 스스로 화장실 못 가~ 밥도 못 먹어~ 걷는 것도 못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산책조차 할 수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이건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젊을 땐 회복력이 좋기라도 하지, 노후전혀 다르다. 회복이 오래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회복 자체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후자는 그런 나를 버거워하는 자식 눈치를 보며 삶을 연명해야 한다.


며칠 전, 산책 중에 뒤에서 아주머니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자기는 건강할 때 죽을 거라고. 건강할 때 죽으면 자식들이 부모 죽음을 슬퍼하는데 아파서 죽으면 간병하느라 힘들어서 “에고, 부모님 얼른 돌아가셨으면~”하고, 죽고 나면 “잘 돌아가셨지~ 호상이야~”한다고. 사랑하는 이들이 나의 죽음을 바라게 되니 비참하다면서 말이다. 가족관계나 사랑,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들면서도 참 공감이 됐다.


아프면 취미생활이고 뭐고 다 끝이다.

그러니 건강은 최선을 다해서 챙겨야 한다.

이거 잃으면 정말 돈이든 뭐든 다 잃는.



그리고 취미생활과 대인 관계.

이게 없으면 그냥 멍하니 TV나 휴대전화 영상을 보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럼 뇌에 좋은 자극이 적어지고 생각을 안 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머리가 둔해진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사람이 아둔해져서 건망증이 오거나, 몸에 움직임이 더뎌지고, 치매 증상이나 무기력함 등이 생긴다.


젊은 사람도 일주일만 아무하고 말하지 않고, 머리 쓰는 일 안 하고, 밥만 먹고 예능이나 드라마만 보면 확 느낄 것이다. 말하고픈 단어나 하고픈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다는 걸. 변화는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지 않는다. 한 달만 그렇게 살아도 다른 사람이 ‘저분이 좀 이상해지셨는데…?’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나타난다.  


근데 이 뇌에 좋은 자극을 주는 게 취미생활과 유쾌한 대인 관계다. 멍하니 TV나 휴대전화만 보는 대신 취미생활과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들로 채우다 보면 치매나 우울증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취미가 있다고 치매가 안 오는 건 아니다. 근데 이 공허함과 고독함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 아프게 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홀로 지내는 분들에게서 치매, 우울증, 건강 악화 소식을 쉼 없이 듣는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이런 공허함을 채워줄 취미나 일을 찾으라고 하는 건 괜한 말이 아닐 게다.


예전에 부모님께 몇 번 돈 안 드는 취미를 권해드린 적이 있다. 근데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생활에 그럴 마음이 안 든다며 거절하셨다. 근데 얼마 전, 어머니는 삶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지신다며 뭐라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 안 되겠다고 적극적으로 취미를 찾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그림, 색칠하기 등 이것저것 하시다가 캘리그래피에 정착해서 요즘은 거기에 푹 빠져 지네신다. 첫눈에 반해서 취미로 정하셨다기보다는 조금 흥미가 있는 것에 스스로 취미를 붙이셨다. 붓펜과 종이를 사느라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전혀 비싸지 않아서 부담도 없다.


혹 주변에서 취미 얘기에 “여행이나 외국어 배우기 이 정도는 돼야 취미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그냥 내가 즐거운 거 진득하니 하는 게 최고다. 중요한 건, 내가 일상에 재미를 느껴서 집중할 수 있는 일을 는 거니까 말이다.


뭔가 즐길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생활은 하나 꼭 만들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휴대전화로 사진 찍기, 연필로 그림 그리기, 바둑, 인터넷 방송으로 요가 배우기 등 뭐든 말이다.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이 무의미한 삶에서 유의미함을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대인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과의 대화는 그냥 소리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생각을 주고받는 일이다. 뇌는 그 자극을 받고 계속 머리를 쓰고 생각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그것만으로도 몸에 활력이 생긴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좋은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인생 살만하게 느껴질 만큼 대인 관계는 중요하다.


대단히 새로운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지루하게 느껴질 텐데, 이번만큼은 그동안과 다르게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봤으면 한다.



요즘 난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좋은 삶을 위한 생활 방식을 지금부터 슬슬 관심을 갖고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60살에 짠하고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20~30년 후의 인연과 취미생활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건강이야 지금부터 챙기면 즉각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이겠지만, 다른 건 20년 이상 이어지기 쉽지 않은지라. 다만, 지금부터 신경 쓴다면 좋은 인연에 소홀하지 않은 덕에 마흔, 쉰에도 새로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취미생활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잘 알아서 삶이 무료할 때 익숙하게 새로운 경험을 향해 나가면서 무기력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이 있어서 지금부터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릴 적 알던 살림하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신다.

수십 년간 취침, 기상 시간이 늘 일정하고 아침에 운동, 낮에는 늘 만나는 동네 친구분들이 있으시다고 했다. 저녁에는 식사 후 TV 보면서 제자리걸음 운동, 설거지와 자잘한 것들을 치우기, 글을 쓰는 일과 취미를 갖고 계셨다. 아저씨 부인은 남편이 일도 있고, 취미생활도 있고, 대인 관계도 좋으셔서 그런지 다른 동년배 분들에 비해 건강하게 지내신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분을 보고 노후에 이렇게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뭐라도 자기 일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끼셨다는데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나중에 그런 평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지금부터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게 좋겠다 싶다.


그동안 돈 얘기만 하고 돈부터 신경 쓴 이유는 금전적으로 불안정할 때는 생계를 위한 돈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자신에 삶, 취미나 일 등에 대한 고민이 살짝 고개를 쳐들지만, 곧 쳐들었던 고개는 고꾸라지고 만다. 당장 먹고살 걱정 때문에. 서민 중에는 노후에 사람 관계나 일이 있는 삶에 대한 생각은커녕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할 처지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동안 돈을 더 먼저 이야기했던 거다. 다른 것들이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돈, 일, 취미생활, 좋은 대인 관계, 건강 이 5가지를 모두 잘 갖추라는 건 아니다. 이걸 다 제대로 갖추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저것들 모두 그럭저럭 챙겼으면 한다.

저것들 없이도 살 수는 있지만, 어떤 것들은 부실하거나 없으면 삶이 꽤나 위태로워지거나 불행해질 수 있다. 돈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면, 나머지 것들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좋은 삶을 맞이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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