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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Nov 20. 2022

140_ 당신의 예상은 틀렸다.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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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가 그린 미래는 너무도 평범했다.

새해 달력을 서른 번쯤 새로 갈았을  자식들은 지 밥벌이하고, 어머니는 퇴직한 남편과 적당한 소일거리 하며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그럭저럭 살면 되겠지 하셨다. 혹여나 급한 일이 생기면 비상금 있는 거 조금 하고 장성한 자식들 도움으로 어떻게든 될듯했다. 그게 다였다.


30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넓은 텃밭에 채소 키워 먹고, 자가용 타고 매달 국내 여행 다니고, 계절마다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다니고, 좋은 옷을 입고 비싼 가방을 들며, 주말마다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생활을 원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근 30년을 넘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며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사치 없이 알뜰히 살아온 결과는 그동안 어머니가 그린 그림과 사뭇 달랐다. 지금에 완성작은 평범이 아닌 가난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노후 안전은 가장이 실직하면 1년도 보장되지 못하는 위태롭고 초라한 가난이었다.      


 넓은 아파트는커녕 지금 집을 주택연금으로 까먹으며 살아야 하나 걱정이다. 해외여행은 남편 퇴직기념으로 동남아에 딱 1번 가봤고 60세 이후로는 국내 여행 1번 가지 못했다. 여전히 마트를 가고 시장을 가도 여전히 싼 것만 찾고 장바구니에는 세일 상품만 담는다. 거기다 이 예상치 못했던 초라한 결과는 어머니에게 커다란 실망감과 노후 준비에 무의미함, 두려움까지 안겨주었다.


나 또한 부모님의 노후가 부유할 거라 예상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평생 알뜰하셨고, 일도 하셨으니 당연히 평범한 행복은 누리실 거라 믿었다. 정말이지 빈곤으로 인한 비참함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나의 부모님이 그 문턱에 서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동안 부모님이 돈을 낭비하고 게으르게 사셨던 걸까?

아니다. 두 분은 정말 열심히 사셨다.

단지, 다부지게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을 뿐.


부모님의 30~50대를 떠올려 보면 아버지는 쉬지 않고 직장에 나가셨고, 어머니는 살림과 아이 키우기, 그리고 틈틈이 맞벌이를 하시며 알뜰히 사셨다. 외식한 기억도 반찬에 고기가 올라왔던 기억도 거의 없다. 한 달에 1번 치킨은 먹었나? 자식은 깨끗한 옷을 입었지만 어머니의 옷은 늘 낡거나 남이 준 옷이었다. 정말 긴 시간 동안 많은 소비의 즐거움을 포기하며 사셨다. 20~30년이라는 그 긴 시간을.  


하지만 부모님의 60대는 가난했다.

두 분의 희생 덕에 자식들은 쉰밥 먹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지내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학원을 다니고 대학도 갈 수 있었지만, 소득이 적어 그렇게 사는 데에도 생활이 빠듯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자신들에 노후 준비를 뒷전으로 두셨다. 그 결과 여전히 아파도 일을 쉴 수 없고 치킨 한 마리 시키기를 고민하며 아끼고 아껴야 하생활을 사셔야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의 예상은 틀렸다. 


젊어서부터 성실히 일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노후가 따뜻한 건 아니다. 자산을 증식시키거나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에 맞이하는 건 매서운 가난뿐이다. 나이가 들면 좀 느긋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지만, 막상 닥쳐보면? 그럴 돈이 없다.


당장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은 천 번 만 번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건 노후의 빈곤을 피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월급이 적어서, 애들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등등 이유는 많겠지만, 그 팍팍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내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남이 대신해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통계청.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2021년 3월 말 기준 순자산 보유액 3억 원 미만이 전체 가구의 58.7%, 10억 원 이상 가구가 9.4%. 나머지 31.9% 중 20.8%가 6억 미만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국민을 조사를 해봤는데, 빚 빼고 남은 자산이 3억도 없는 사람이 58.7% 즉, 10명 중 6명 정도라는 소리다.


그리고 10억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건 겨우 10명 중 2명. 남은 사람 2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산층이다. 근데 이 중산층이 10억에 가까운 자산을 가진 단단한 중산층이 아니다. 이 2명 중 겨~우 3억 원을 넘었거나 6억에 닿은 사람이 1.5명이다. 나머지 0.5명만이 진짜 여유 좀 있다 할 수 있는 7억 이상의 중산층인 거다.


입이 써서 말하고 싶지도 않은 얘기지만, 3억이라는 그 큰돈으로는 살만한 동네에서 멀쩡한 집 한 채도 살 수가 없다. 3억은 절대 ‘겨우’라는 단어를 앞에 붙일 수 없는 액수지만, 요즘 세상에는 겨우 그거 갖고 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겨우 그것도 없는 사람이 많단다. 10명 중 6명은 3억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3억도 없는 사람이다.


슬프게도 50세 이후 자산이 확 증가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2021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상대적 빈곤율은 58.6%다. 이것도 10명 중 6명이다. 그럼 나머지 4명은 6억 이상의 자산을 가진 중산층이나 상류층일까? …이 정도 자료만 봐도 부유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결론을 내기란 어렵지 않다.


다행히 통계청 조사가 전 국민을 통해 이뤄진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자료가 정말 현실과 판이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자산은 얼마인가? 내 부모님은? 형제는? 친구들은?? 이 통계와 결과가 많이 다른가??


아직도 무언가 하고 있지 않다면 안전한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실상을 꼭 알아보기를 바란다. 현실만 제대로 즉시 해도 내 미래가 공포스럽고 섬뜩한 그림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걸 미리 알아야 원치 않는 그림은 미리 수정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이 그린 미래의 그림은 무엇인가?

그 그림이 무탈하거나 행복에 가까운 것이라면 부디 꼭 그 그림과 똑같은 혹은 닮은 미래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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