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난히 심한 무더위나 추위, 세차게 내려치는 비로 인해 사람들의 짜증 지수가 폭발하는 날이면 부모님의 퇴근길이 걱정된다. 경비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혹시나 무례한 사람에게 듣지 말아야 할 소리를 들으신 건 아닐까, 도배일이 끝나고 퇴근하시는 어머니가 버스에서 땀내 난다고 어린것들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신 건 아닐까….
길에서 노인에게 눈을 흘기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나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그런 상처를 겪고 계신 건 아닐까, 나이 많아 이런 일을 한다고 업신여김을 당하시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으로 마음은 무겁게 슬퍼지곤 한다.
젊은 사람도 쉬고 싶어 하는 궂은 날씨다.
이런 날 두 분 다 집에서 편히 쉬실 수 있다면 내 마음이 참으로 편하겠다.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는 말끔하고 단정한 어른이라 주변 이들이게 존대받으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보니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 숨어 상처 입으시고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계신 건 아닐까 마음이 자꾸 쓰인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 모르는 어딘가에 숨어 엉엉 울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어린아이들처럼 밖에서 서러운 일 당하면서도 말도 못 하고, 젊은이들처럼 어찌 살아야 하나 고민인데 어디 물을 곳이 없어 무겁게 힘든 마음을 꾹꾹 참고 계시다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식들 모르게 울음을 삼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슬픈 생각 말이다.
아직도 능력 없고 자식 없는 딸내미는 부모님에 하루를 살필 시간과 마음이 좀 남아있어서 자꾸 그런 걱정을 한다. 툭하면 출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탈한 퇴근길을 바라고, 퇴근하시는 발소리를 들으며 두 분에 눈가에 근심이 서려있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아무 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