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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an 15. 2022

4_ 부모님의 퇴근 시간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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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심한 무더위나 추위, 세차게 내려치는 비로 인해 사람들의 짜증 지수가 폭발하는 날이면 부모님의 퇴근길이 걱정된다. 경비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혹시나 무례한 사람에게 듣지 말아야 할 소리를 들으신 건 아닐까, 도배일이 끝나고 퇴근하시는 어머니가 버스에서 땀내 난다고 어린것들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신 건 아닐까….


길에서 노인에게 눈을 흘기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나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그런 상처를 겪고 계신 건 아닐까, 나이 많아 이런 일을 한다고 업신여김을 당하시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으로 마음은 무겁게 슬퍼지곤 한다.


젊은 사람도 쉬고 싶어 하는 궂은 날씨다.

이런 날 두 분 다 집에서 편히 쉬실 수 있다면 내 마음이 참으로 편하겠다.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는 말끔하고 단정한 어른이라 주변 이들이게 존대받으셨으좋겠다. 하지만 그렇못한 현실이다 보니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 숨어 상처 입으시고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계신 건 아닐까 마음이 자꾸 쓰인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 모르는 어딘가에 숨어 엉엉 울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어린아이들처럼 밖에서 서러운 일 당하면서도 말도 못 하고, 젊은이들처럼 어찌 살아야 하나 고민인데 어디 물을 곳이 없어 무겁게 힘든 마음을 꾹꾹 참고 계시다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식들 모르게 울음을 삼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슬픈 생각 말이다.


아직도 능력 없고 자식 없는 딸내미는 부모님에 하루를 살필 시간과 마음이 좀 남아있어서 자꾸 그런 걱정을 한다. 툭하면 출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탈한 퇴근길을 바라고, 퇴근하시는 발소리를 들으며 두 분에 눈가에 근심이 서려있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아무 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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