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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Feb 16. 2022

25_ 알뜰해도 가난할 수 있구나

목차__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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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알뜰하셨다. 평생을.

자식을 양육하느라 생활비가 늘 빠듯했지만, 그 빠듯함 속에서도 알뜰함을 발휘하셨다. 외식도 외식이지만, 나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메이커 옷은커녕 새 옷을 사 입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러니 새 옷 대신 남의 옷을 물려 입고 버스 대신 뚜벅이를 택하며 발휘되었던 알뜰함에 대한 결과물이 있어야 했다. 4에서 3.9를 빼면 0.1이 남는 것처럼. 그리고 그 시간이 20년 이상이라는 까지 계산에 포함하면 결과값 0.1은 최소 1에서 10 정도는 되어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부모님의 통장을 열어볼 당시 잔고는 비상등을 울리는 중이었다. 통장은 분명히 소리치고 있었다.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면 두 달도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어째서일까.  그동안 부모님은 모두 꾸준히 일하시고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등 거의 대부분에 생활에서 알뜰함을 발휘하셨는데 그때 아낀 돈은 대부분 남아 있지를 않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일이다. 자식의 양육비에서조차 알뜰히 아끼셨는데, 대체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밥만 먹고살아도 빠듯할 만큼 적은 수입이 문제였다.

부모님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하나하나 확인하니 자가용은커녕 버스비까지 아끼고, 옷은 1년에 6번이나 사 입을까 싶고, 열흘에 1번 치킨을 시켜 먹는 것도 고민하며 알뜰하게 살아도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집 한 채 사려면 10년 이상 월급 한 푼 안 써야 한다는 걸 실행에 옮긴 게 우리 가족이라. 부모님은 서민 아파트라고 불리는 이 작은 집 하나 마련하시는데 20년 넘도록 아버지의 월급에 일부와 퇴직금에 일부를 내셔야 했고 덕분에 한 달에 10만 원 남기기가 어려운 사정이었다.


그렇게 수개월을 아껴 겨우 100~200만 원 남짓한 조그마한 목돈을 모으고 나면 곧 아들, 딸 학비 등으로 수개월에 노고는 단 하루 만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0원부터 시작해 수년을 또 그렇게 모으고 나면 가전제품 하나 새로 장만하거나, 2~3달 정도 생활비 좀 많이 쓰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부모님의 통장에는 그 알뜰함에 백분지 일도 지 못했다. 넉넉지 못한 소득으로는 아무리 알뜰히 해도 대학 등록금 2번도 내기 어려운 목돈이 모일 뿐이었다.


이럴 바에는 알뜰하게 살 필요가 있었을까…?

뚜벅이 대신 버스를 타고, 비싸지는 않더라도 계절마다 옷 하나씩 사 입으며 소비 수준 조금만 올려놔도 사는 게 참으로 행복하겠다 싶다. 1만 원에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수두룩 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알뜰함을 포기하고 소소한 행복을 선택했을 때 대가는 무엇이던가. 가난보다 더한 빈곤이다. 만약, 그 돈 조금 더 쓰며 알뜰함을 열심히 챙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 집은 가난보다 처참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을 것이다. 빈곤은 겨우 치킨 좀 자주 사 먹고, 싸구려 옷 좀 자주 사는 그 정도만으로도 당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라. 그랬다면 나는 건강식품은커녕 병원 가는 일도 꺼려하면서 나는 글을 쓰기는커녕 집에서 인형에 눈알을 붙이고 있어야 했겠지. 당장 식비를 벌기 위해서.


그나마 알뜰했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의 약간의 가난한 삶을 유지하고 . 그러니 알뜰함에 공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어머니가 수많은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신 값 치고는 그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이런 사정도 다 집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관리하면서야 눈에 보인다.

 사정을 모르던 때에는 사치가 있거나 만날 외식이나 하는 사람들이나 돈을 모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데 이제는 알뜰하게 살아도 가난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소득이 적어도 가난을 맞이하지 않는 방법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소득이 적은 상태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오랜 세월을 쉬지 않고 일하고 알뜰히 살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덕분에 몇 가지 결론밖에 모르던 좁아터진 생각이 아주 살짝 넓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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