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구름 Feb 15. 2022

24_ 부모님의 가난한 노후에 또 다른 이유

목차__ 上

.

.

나 먹이고 키우시느라 어머니, 아버지는 나이 육십이 넘어서도 이렇게 가난하신 건가…?


죄책감에 푹 빠져 내가 나쁜 년이다 자책하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하루를 보내볼까 했건만, 그러기에 나는 상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곧 부모님이 좀 더 현명하셨더라면 이런저런 방법도 있었을 텐데 라는 핑계로 그렇지 못했던 과거의 부모님을 탓하며 온몸을 짓누르던 죄책감을 옆으로 재껴 두었다.


소득이 적고, 자식 키우느라 빠듯한 살림이라고 해서 누구나 가난한 노후를 맞이하는 건 아니다. 만약 20년 전, 이 집에 이사 올 때 대출을 받아서라도 저번에 살던 집을 사서 임대 내놓자던 어머니의 말씀을 들었더라면, 아버지가 맞벌이를 하시겠다는 어머니를 막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이런 오래전 얘기할 것도 없이 10년 전, 어머니가 하셨던 비트코인만 샀더라면!! 나는 지금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하는 이런 글 따위는 쓸 일이 없었겠지.


부모님에 가난한 노후에는 그동안 노후 자금 마련을 하지 못한 것 또한 크게 한몫했다. 자식을 키우느라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는 건 맞는 말이기는 하나, 방금 이야기했듯 양육비가 들어간다고 해도 따로 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적은 소득으로 애 키우며 노후 준비까지 하는 건 많이 힘든 일이기는 하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30년이라는 세월은 털래털래 마트로 가서 물건을 고르고 주섬주섬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하던  집에서 휴대전화에 손가락 띡띡 몇 번 누르면 끝나는 세상으로 바꿀 만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긴 시간에 부모님은 자신의 노후를 바꿀 기회는 있었다. 비록 그것이 기회라고 봐도 될만한가 싶을 정도로 시간과 건강 2가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 어쨌든 부모님은 그 긴 세월 동안 어떻게든 노후 자금을 마련하셨어야 했다. 두 분에 삶을 위해서.


50대까지 노후를 위해 준비해놓은 것이 없는 이들이 60대부터 가난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 들어서도 고소득이 가능하거나, 복권 당첨이 되거나, 자수성가한 자식에 금전적 효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보통, 대부분의 사람에게 일어나는 현실은 그렇다. 근면 성실하시고 알뜰하셨던 부모님이 가난한 노후를 맞이했다는 걸 알았을 때 "왜 이렇게 됐지?"라는 질문에 달린 수많은 이유 중 커다랗게 보이는 하나는 그 긴 세월 동안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어떠했는지 간에.


언제나 이놈에 미래는 개인의 사정에 전혀 관심이 다.

수익이 많든 적든, 아이가 있든 없든, 병에 걸렸든 말든 상관없이 노후를 위해 미리 뭔가를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가져갈 것도 없다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식과 답내어놓는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외식을 줄이고, 사고 싶은 옷도 안 사 입어도 먹고사는데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아 노후 준비를 못했다 부르짖어도 사회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동안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늘리지 않으면 미래가 내놓는 답은 결국 가난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고 계신 것들은 모두 젊었을 때 마련해놓은 것들뿐이다. 국민연금, 연금보험 그리고 내 집 마련으로 가능해진 주택연금까지. 그리고 은연중에 60대가 되면 그땐 또 알아서 살아지겠지 하던 생각으로 소홀히 했던 노후 자금 마련에 결론은 점점 더 가난한 삶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3_ 부모님의 가난한 노후에는 자식이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